문희수 논설위원

 

올 경제성장률 0%대 고착 속

원전·댐 후퇴, 고용 절벽 확대

정부가 AI·잠재성장률 자해 꼴

 

조직 개편에 경제사령탑 형해화

통상 외교 부실에 與 일각 반미

反시장·反기업 접고 혁신해야

올해 ‘제로(0) 성장’이 굳어져 간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도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민생 소비 쿠폰 등을 통한 재정 확대에도 지난 7월 전망치(0.8%)보다 고작 0.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0.8%) 한국은행(0.9%) 등도 비슷하다. 미국(2.0%) 유로존(1.2%) 일본(1.1%)의 성장률은 원래 한국보다 높았지만, 상향 폭도 한국을 웃돈다. 3.7%에서 5.3%로 대폭 올라간 대만과의 격차는 더 커졌다. 더구나 0%대 성장이 고착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5년 임기 동안 123개 국정 과제를 확정하면서, 경제에선 ‘진짜 성장’을 표방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달성 등의 목표도 제시됐다. 관련 부처 장관들은 “기업이 진짜 성장의 중심” “과학기술 주도의 진짜 성장” 등을 잇달아 공언해 왔다.

그러나 출범 4개월을 갓 지난 지금, 정부 스스로 ‘진짜 성장’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공룡 부처가 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원전·댐 반대로 회귀하며 AI 강국의 필수 인프라인 에너지·용수(用水) 확보를 오히려 위협한다. 김성환 장관은 원전 반대는 아니라면서도, 신규 원전 건설에 공론화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더니,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선 더 나아가 “안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때 동의해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대형 원전 2기·소형모듈원전(SDR) 1기 건설을 부정한 것이다. 사실상 탈원전 시즌2라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달 30일엔 기후변화 대응 댐 14곳 중 7개 건설계획을 취소했다. 데이터센터·반도체를 지원해야 할 상황에서 정반대의 행보다.

청년 실업을 외면한 채 기존 근로자의 권리 강화와 보호를 외치는 고용노동부도 마찬가지다. 잠재성장률이란 토지·노동·자본 등 전통적인 생산의 3요소를 최대한 활용해야만 가능한 최대 성장률이다. 청년 인력을 100% 가동하지 못하면 꿈도 못 꿀 목표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일자리 창출은커녕,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과 불법 파업 면책 등을 담은 노란봉투법 강행으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청년 채용 위축을 초래할 게 뻔한 주 4.5일제 근무와 법정 정년연장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조직 개편으로 경제사령탑은 내년부터 유명무실해질 판이다. 경제 관련 부처를 총괄해왔던 기획재정부가 예산처의 독립으로 세제 업무만 갖게 돼 정책을 조율할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맡는 근거 자체가 의문시된다. 정책의 혼선과 상충, 부처 간 충돌을 자초하는 지경이다.

여기에 부실한 통상 외교가 위기를 더 키운다. 한미 관세 협상이 3개월째 공전되는 틈을 비집고 중국은 마스가(MASGA)를 파괴하려고 한국 조선을 콕 찍어 제재하고 나섰다. 사실 한미 협상도 정부가 지난 7월엔 성공적으로 타결됐다고 자화자찬하더니, 이젠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말을 바꾸며 자동차·철강 등이 높은 관세로 고통받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 일각에선 반미 구호가 터져 나온다.

현재 잠재성장률은 고작 2%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KDI는 2025∼2030년엔 1.5%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실정이다. 이를 3%로 끌어올리려면 경제 체질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 개혁이 필수다. 그렇지만 이 정부는 벌써 개혁과 멀어져 간다. 배임죄를 비롯한 경제 형벌을 30% 줄이겠다고 하지만, 다른 편에선 더 센 규제들을 새로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은 대장동 범죄를 상기시키고, 정부 불신을 키운다.

반(反)기업·반시장에다, 기득층을 보호할 뿐인 친노동으로는 잠재성장률 3% 달성은 어림도 없다. 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이 지속 성장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수석은 수상자의 한 명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의 제자라고 한다. ‘진짜 성장’을 하려면 청와대가 제 발등을 찍는 관련 부처들의 정책 역주행을 돌아보고, 부처의 각론이 총론인 국정 방향과 충돌하는 이른바 ‘구성의 오류’부터 해소해야 한다.

문희수 논설위원
문희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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