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조희대의 침묵, 왜

 

민주, 이재명 무죄 위해 대법원장 상대 정치쇼… 지방선거 앞둔 국감장 홍보무대화 노림수도

曺, 헌법과 삼권분립 지키려 소리 없는 수행… 침묵 깨지면 한국은 ‘빌라도 정치’로 전락

조희대 대법원장은 왜 침묵했을까. 2025년도 정기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조 대법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 법사위원들의 쏟아지는 거친 질문 공세에 시종일관 입을 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질문과 침묵

지난 13일과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장.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경위를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조희대-한덕수 회동설’ 진위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침묵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선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사법 쿠데타 아니냐’ ‘윤석열 내란 개입과 관련한 진실을 밝히라’고 다그쳤지만, 그는 모든 질문에 입술을 굳게 닫았다. 조 대법원장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향후 대법원 3차 국감에서도 질문과 침묵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관측했다.

지난 5월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관련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은 이후 민주당에 의해 자행된 정치적 재판극의 시작이었다. 민주당이 전례 없던 방식으로 대법원장에게 공격을 가하는 주요 목적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어다.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정권 대 사법부의 대립’이라는 서사로 치환하기 위해서는 국감을 정치적 재판극으로 바꿔야 했다. 대법원이 불공정할 뿐 아니라 불온하기까지 하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대통령 개인의 재판을 체제 간 싸움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여기에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이 가짜뉴스로 동원됐다. 확인된 사실이 아니어도 개의치 않았다. 민주당에 ‘조-한 회동설’은 서사적 장치로만 기능하면 충분했다. 증거도 없는 의혹이 국감장에 동원된 이유는 회동설이 사실이어서가 아니라, 극장정치 개막을 위한 상징적 도화선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내뱉었던 말들은 법적 검증이나 진실의 발견보다는 막말·험담·비난·낙인의 언어에 가까웠다. 국감장을 정치무대화했고, 온갖 인신공격을 쏟아부었으며, 진실보다는 지지자의 반응을 주목했다. 내년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등 대형 선거를 염두에 둔 민주당 법사위원들에게 대법원 국감장은 자기 서사 홍보를 위한 놓칠 수 없는 정치무대였다.

◇헌법 제103조

조 대법원장은 국감 질의응답 순서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헌법 제103조를 언급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합니다.” 그리고 질의시간에는 침묵했다. 왜 그랬을까.

권력이 아무리 무지막지해도, 그들의 언어는 성소(聖所)의 문턱에서 멈추어야 한다. 헌법 제103조가 보장한 ‘재판의 독립’이라는 문턱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양심을 외부에 증명하라거나 계속 중인 재판과정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재판연구관을 지낸 A 변호사는 “법관의 양심은 말로 변명하거나 설명할 수 없고 오직 판단 자체, 즉 판결 행위로 증언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양심은 법관이 자신에게 증언하는 ‘내적 법정’인 것이다. 민주당은 판결을 심문함으로써 삼권분립과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대법원장은 침묵으로써 양심의 법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을 택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B 변호사의 말. “법관이 외부세력에게 재판과정을 해명하는 건 내면의 법정을 외부의 법정으로 양도하는 행위입니다. 양심의 법정을 권력의 법정으로 옮기는 것이죠. 이는 헌법 제103조에 나오는 ‘양심의 독립’을 무너트리는 것이고, 법원조직법 제65조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재판과정에 대한 정치권력의 질문에 법관이 침묵하는 것은 헌법정신의 수행이다.

추미애 위원장을 정점으로, 서영교·전현희 의원 등이 중심이 된 민주당 측이 “파기환송의 진실이 무엇이냐”고 묻는 순간, 헌법 제103조 ‘재판의 독립’이라는 문턱을 넘어섰다. 양심의 법정이 아니라 권력의 법정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이때 질문은 진실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정치적으로 설정된 프레임을 사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다. 국정감사는 더 이상 국정의 통제 절차가 아닌, 진리를 심문하려는 권력의 의례이자 극장정치이자 정치적 재판극이 됐다.

◇빌라도 정치

조르조 아감벤은 2000여 년 전 로마제국의 유대 총독 빌라도가 예수에게 물었던 ‘진리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주목했다(아감벤, ‘빌라도와 예수’).

빌라도가 예수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순간 권력은 재판석에, 진리는 피고석에 앉게 됐다. 심문자 빌라도는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권력의 상징이었고, 그의 질문은 처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례였다. 권력과 진리가 정면으로 마주하는 역사적 순간에 예수는 침묵했다. 빌라도의 시선은 이내 성난 군중을 향했고, 군중은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외쳤다.

빌라도 정치는 대한민국 현실정치의 원형적 드라마로 작동한다. 국정조사, 국정감사, 청문회, 심지어 특검까지 모두 이 구조를 반복한다. 진리를 밝히기 위해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기 위해 진리를 호출한다.

성난 군중을 의식하는 빌라도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대통령과 집권여당과 닮았다. 진리를 심문하려는 정치권력의 의식구조는 법원의 독립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모든 정치의 병리현상이다. 권력이 진리를 좌우하려는 순간 진리는 정치적 표상이자 권위의 도구로, 또 의례적 언어로 전락하게 된다. 사법부의 판결을 자기 정치에 소비하려는 이들의 ‘쇼쇼쇼’에, 사법부는 침묵으로 증언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20일 대법관 증원(14명에서 26명으로)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안을 내놓았다. ‘4심제’를 가능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이미 수사권을 완전 박탈당하게 됐다. 이 모든 게 공소취소, 면소, 재판지연과 무력화 등 이 대통령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장의 침묵은 사법부가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몸부림이자, 집권세력의 권력 서열 나누기와 삼권분립 파괴 시도에 대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읽혀야 한다.

◇침묵의 증언

정치권력이 진리를 심문하려 할 때, 사법부는 침묵으로 진리를 지킨다. 대법원장의 침묵은 헌법에서 요구하는 ‘양심에 따른 독립’의 사법적 금욕이다.

사법부는 권력의 언어가 멈춰야 할 현대적 성소이고, 대법원장의 침묵은 말할 수 없는 자리에 선 자로서의 헌법적 행위다. 이 침묵이 깨질 때 한국의 민주주의는 ‘빌라도 정치’로 전락할 것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정치적 재판극’은 마치 연극처럼 연출된 정치재판 혹은 심문의 자리. 법적 절차보다는 자기과시를 위한 공연이나 쇼처럼 보이는 정치적 장면을 가리킬 때의 표현. ‘극장정치’와 상응하는 개념.

‘빌라도 정치’는 로마제국의 유대 총독 빌라도가 예수를 심문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명분으로 진리보다는 제국의 이익과 성난 군중의 요구를 우선시한 태도. 진리와 권력 사이의 충돌을 일으킴.

■ 세줄 요약

질문과 침묵: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재판 관련 대법원 파기환송의 진실이 무엇이냐고 공세를 벌였고, 대법원장은 쏟아지는 거친 질문에 시종 침묵. 민주당의 질문공세는 이재명 무죄 만들기를 위한 상징적 도화선임.

헌법 제103조: 대법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헌법 제103조를 언급한 후 줄곧 입을 다물어. 민주당은 판결을 심문함으로써 삼권분립과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대법원장은 침묵으로써 양심의 법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을 택함.

빌라도 정치: 빌라도가 예수에게 한 ‘진리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현실정치의 원형적 드라마로 작동 중. 대법원장의 침묵은 헌법에서 요구하는 재판 독립을 위한 사법적 금욕. 이것이 파괴되면 한국 정치는 빌라도 정치로 전락.

허민 전임기자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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