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사이버 레커는 유튜브 등에서 자극적이고 부적절한 콘텐츠로 조회 수·광고 수익을 올리려는 행위를 견인차(wrecker)에 비유한 조어다. 악랄한 돈벌이 행태에 비난 여론이 거센데, 그 경고를 국회의원에게도 들려줘야 할 듯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유튜브가 정치인의 최우선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은 건 현실이다. 지난해 제22대 국회에 입성한 300명의 국회의원 중 250명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고려대 미디어학부)가 있었다. 영상 길이가 짧은 콘텐츠(short-form)일수록, 부정적 내용일수록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더 많았다는 분석을 놓고 보면 일반 유튜브 현상과 다를 게 없다. 공적인 의정 활동 홍보에 사적 영역의 인기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강성 이미지로 지지층의 관심을 사는 차원을 넘어 돈으로 연결하는 경향까지 닮아가는 게 더 큰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추미애TV’, 김병주 의원의 ‘주블리 김병주’ 등은 자신의 쇼츠(shorts) 영상에 후원회 계좌번호를 노출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 의원은 지난 13일 대법원 국정감사 장면을 ‘혼란 속 중심 지켜낸 추미애 리더십’ 등의 제목으로 올리면서 하단에 후원 계좌를 달았다. 지난 15일에는 ‘대법원 현장 검증 진행 중입니다’라는 쇼츠를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과 관련해 사실상 ‘압수수색’을 방불했던 날이다. “국정감사장이 유튜브 촬영장이냐”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추미애TV 구독자는 31만여 명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 청년 3명을 구출했다”는 김 의원은 관련 쇼츠 6개를 후원 계좌와 함께 올렸다. 그 청년들이 범죄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들을 먼저 데리고 오고 쇼를 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 의원은 급기야 “절박함으로 했다”고 눈물까지 흘렸으나 따가운 눈총이 여전하다. 유튜브는 후원금 모금 주체가 아니다. 국회의원 대상의 슈퍼챗(시청자 구매)은 정치자금법상 위법 소지가 크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후원 계좌를 올린다. 민주당은 20일 사이버 레커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국회의원 유튜버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건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