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올래 - (9) 해남 생활관광 ‘땅끝마실’
닭한마리로 회·구이·주물럭 등
다양하게 조리된 코스 요리화
명량 해상 케이블카·스카이워크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 생생 체험
주민 취미 살린 무선동 한옥마을
다례·미술·요리 프로그램 풍성
해남=조재연 기자
바닷바람이 머리카락을 쓸고 지나간다. 바위를 쓸고 지나가는 파도가 귓전을 흔들고, 소금기 젖은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눈앞에 펼쳐진 남쪽 바다의 수평선은 답답했던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국토 최남단 땅끝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해의 풍경이다. 국토순례에 나선 이든, 그저 바다가 그리웠던 이든 ‘한반도의 시작’이라 불리는 땅끝에 서면 가슴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다. 해남이란 말을 듣는 이들도 누구나 땅끝을 먼저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해남을 찾는 발걸음이 닿는 곳은 땅끝이 전부가 아니다.
해남을 한 번도 찾지 않은 이는 있어도 한 번만 찾은 이는 없다고 한다. 해남에 발을 들인 많은 이들이 반복해서 이곳을 찾는 이유도 처음엔 땅끝에 이끌려 왔다가 해남의 더 깊은 매력에 빠져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남군의 생활관광 프로그램 ‘땅끝마실’은 이처럼 해남을 상징하는 ‘땅끝’을 찾아 ‘마실’ 나온 이들이 해남의 진면목을 오감으로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마련됐다.
알고 보면 해남은 호남에서 가장 큰 기초자치단체로 전국에서 경지 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이다. 바다와 산, 문화유산과 관광지를 모두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해남이다. 배추와 고구마, 김과 전복 등 농수산물도 풍부하다. 도시에서 할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을 찾는 사람이든,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려는 사람이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이 해남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해남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답을 찾아 돌아갈 것이다.
◇미각과 자연에 취하는 첫날= 땅끝마실은 관내 숙박업소 31개소와 체험 업체들이 참여하는 농촌관광형 프로그램으로, 해남을 상징하는 땅끝과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을 뜻하는 마실의 합성어다. 이웃집에 놀러 가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해남에 놀러 오라는 의미를 담았다. ‘괜찮아마을’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단 이틀만으로도 해남의 매력을 두루 느낄 수 있도록 밀도 있게 구성됐다. 첫날 KTX 용산역이나 목포역에서 출발해 해남에 도착하면 ‘해남 8미’라고 불리는 닭 코스요리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한다. 토종닭 한 마리를 회·구이·주물럭·백숙·죽 등 다양한 조리 방법으로 코스 요리화해 내는 곳은 전남 지역에만 있고, 특히 여러 업소가 밀집해 함께 영업하는 곳은 해남이 유일하다고 한다. 배를 든든히 채운 뒤엔 해남 3대 주조장 중 한 곳인 ‘삼산주조장’에서 3대째 빚어내는 전통 생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장(醬) 명인인 이승희 대표가 운영하는 ‘해남에다녀왔습니다’에서 장 담그기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전통 방식 그대로 정성껏 담근 장은 시간이 흘러 다 익은 뒤 따로 찾아갈 수 있다.
◇문화유산과 마주하는 이튿날= 농가에서 제공하는 해남 제철 식재료로 아침 식사를 한 뒤엔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에 등재된 대흥사를 찾는다. 산으로 둘러싸인 절 안을 산책하고, 차 한 잔을 마시며 번잡했던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힐 수 있다. 대흥사 매표소에서 일주문까지 4㎞에 이르는 ‘장춘숲길’은 해남이 자랑하는 대표 단풍 여행지다. 상사화·편백나무·동백나무 등 800여 종의 상록 활엽수와 침엽수가 분포하고 있다.
대흥사에서 점심 공양을 한 뒤 찾는 곳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활약했던 전라우수영이다. 나라를 구한 명량대첩의 현장, 영화와 드라마로만 접했던 울돌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전시관, 명량 해상 케이블카, 스카이워크 등을 갖춰 살아 있는 역사 교육 장소가 된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엔 보정을 거친 스냅사진이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으로 남는다.
◇아침의 소리가 있는 마을= 땅끝마실에 나선 이들이 묵게 되는 무선동 한옥마을에서 ‘자연스토리’ 민박을 운영하는 윤문희(54) 대표는 마을의 매력에 대해 “아침의 소리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 새의 지저귐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됐고, 그 매력에 반해 지금까지 머물며 다른 이들까지 맞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마을과 인접하지 않아 평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외지지 않아 다른 관광지를 두루 찾기 편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대흥사와 노고단, 두륜산 케이블카, 포레스트수목원 등 관광지가 마을을 중심으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 밀집해 있다.
마을을 찾는 이들은 그저 집에 묵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례(茶禮), 도자기, 요리, 미술, 원예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윤 대표 역시 딱딱한 환경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자연을 경험하도록 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땅에 시금치 씨를 뿌려서 자라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그 시금치를 수확해 김밥을 싸는 요리 체험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느끼고 싶었습니다. 농촌에서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가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는 곳으로 바뀌는 것을 생각해, 이름도 ‘자연스토리 문화창고’라고 붙였죠.”
윤 대표는 고무신에 그림을 그리는 미술 체험과 해남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이용한 요리 수업을 함께 진행한다. 고구마를 먹인 돼지고기를 비롯해 부추·숙주·두부·배추 등 ‘해남을 품은’ 배추만두가 대표적 메뉴다.
체험과 쉼이 공존하는 ‘생활형 여행’을 지향한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방문한 이들은 잊지 못하고 계속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어떤 분은 올해만 네 번이나 찾아오셔서 자매와도 같은 사이가 됐어요. 아침으로 쑤어드린 죽이 너무 맛있어서 계속 생각난다며 친구들, 가족들, 친정 식구들까지 계속 데려오시기도 합니다.”
조재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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