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원래 술을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6개월 전부터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집에 늦게 돌아오는 날이 잦아지는 게 문제였습니다. 퇴근하고 나면 너무 힘이 들어 맥주 한 캔을 먹으며 힘든 마음을 달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캔으로 시작했던 맥주가 점점 늘어서 지금은 7캔 정도는 먹어야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도수가 낮은 맥주로는 취하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아 아쉬워서 위스키 같은 도수 높은 술도 한두 잔 같이 먹게 됩니다. 이렇게 마시고 잠들고 나면 다음 날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또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다 보면 밤마다 술을 참지 못하고 마신 후의 죄책감은 하루하루 커져 갑니다. 술을 이제는 끊어야 할 거 같은데 쉽지 않습니다.
A : 술을 줄이기보다 아예 끊어야… 약물치료 등도 병행을
▶▶ 솔루션
술을 줄이기보다는 아예 마시지 않는 쪽이 더 현실적인 치료입니다. 술은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중독성이 큰 물질입니다. 흔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너무나 쉽게 먹지만 실제로는 뇌와 몸을 서서히 갉아먹는 매우 위험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과음을 반복하면 간이나 위장 질환 등 신체적 손상뿐 아니라 우울, 불안, 불면과 같은 정신과적 증상들도 생기게 됩니다. 특히 술은 뇌의 충동 조절 능력을 약화시켜 자제력을 떨어뜨리고 불쾌한 감정들을 잊기 위해 더 많은 술을 찾게 하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많은 환자가 우울과 불면,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하려고 하다가 증상 악화를 경험합니다. 술을 먹고 불면을 해소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수면의 질을 더 망치고, 우울감을 달래기 위해 마셨던 술이 어느새 우울을 더 깊게 만드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됩니다.
흔히들 술을 끊고 싶을 때 술을 줄이는 것부터 해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술을 끊는 금주가 더 실현 가능합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의 핵심은 조절 불가능한 강렬한 갈망입니다. 이미 뇌가 술에 길들여 있기 때문에 오늘은 한 잔만 마시고 자야지 하는 다짐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두엽의 자제력이 손상되어 있어 술을 한번 시작하면 스스로 멈출 수 없고 결국 한 잔만 더를 반복하다가 밤새 술을 마시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가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생긴 병의 증상입니다. 그래서 술을 줄이는, 이른바 절주는 매우 어렵습니다. 오히려 술을 줄이는 것에 실패했을 때 죄책감과 무기력감이 커지고 그런 불쾌한 감정을 잊기 위해 더 많은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심해집니다. 마치 무리한 다이어트 뒤에 찾아오는 요요 현상처럼 더 심한 음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주는 처음에는 어렵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훨씬 안정적입니다. 술을 아예 마시지 않으면 충동을 자극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금주에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단번에 끊으려고 하면 금단 증상이 나타나 불안과 불면으로 힘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약물치료와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차승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법제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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