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아시아 대표 범죄국 캄보디아

한국 대신 중국 택한 훈센 책임

中 자본 따라 범죄 조직도 진출

 

미얀마 라오스도 범죄 기지화

英 獨 등도 中 스파이로 골머리

법 개정해 中 영향력 차단해야

캄보디아 사태는 사기범죄 관련 혐의를 받는 한국인 64명 송환으로 일단락됐지만, 온라인 사기와 불법 도박, 납치, 인신매매 등 캄보디아의 범죄 비즈니스 척결을 위한 국제 공조가 지속되지 않는 한 문제는 언제든 다시 표면화할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가 범죄국가로 전락한 이면엔 기업형 중국 범죄 조직들과 여기에 공생해온 한국 등의 사기단이 있는 만큼, 이 문제가 해결돼야 캄보디아의 정상국가화도 가능하다.

공산주의자 폴 포트가 1970년대 중후반 사회 개조를 내세우며 200만 명을 학살해 킬링필드로 불렸던 캄보디아는 내전 종식 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해온 나라다. 1985년 이후 직책이 어떻게 바뀌건 최고 실권자로 군림해온 훈센은 캄보디아를 한국처럼 발전시키겠다는 열정을 지녔던 인물이다. 그는 1997년 한국과의 재수교 후 10번 가까이 방한했다. 경제 발전 지혜를 배우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외교부 출입기자단의 일원으로 프놈펜 총리 관저를 방문했을 때 훈센 총리는 자신의 한국 사랑을 이렇게 말했다. “가난을 경험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 수교할 때 친북파들이 반대했지만, 북한 대신 한국을 택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한국은 캄보디아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가 됐고 관광객 수도 1위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날이었는데, 훈센은 비보를 전하며 조의를 표한 뒤 담담한 표정으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훈센은 한국 전반에 관심이 깊었다. 새마을운동으로 캄보디아 농촌의 빈곤을 퇴치하겠다고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경제고문으로 위촉했던 것도 그런 배경이다. 훈센은 북한식 체제로는 세계화 시대 캄보디아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거듭 역설했다.

당시 캄보디아의 경제성장률은 봉제업 등에 힘입어 연속 11%를 기록했다. 관료 부패가 심하고,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도 여전했지만 한국 등 자유 진영 국가들의 공적개발원조(ODA)로 사회 인프라 개선과 함께 시민단체의 활동도 활성화됐다. 경제가 성장하면 아시아 최빈국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제2의 한국이 될 것이란 낙관론도 있었다.

훈센은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장기 집권 피로감에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지지도가 떨어지자 야당과 시민단체를 탄압하기 시작했고, 인권 문제로 미국 등과 충돌하면서 중국 쪽으로 선회했다.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인프라 건설용 차관이 들어오자 중국 쪽으로 더 가까이 갔다.

시진핑 2기 때부터는 제1야당 및 시민단체 해체와 함께 영자신문을 폐간시키고 중국공산당(CCP)식 일당 독재로 들어섰다. 중국 자본이 80억 달러 이상 투입돼 도로와 항만이 건설되자 중국 카지노 자본과 범죄 조직이 본격적으로 진출해 기업형 범죄 단지를 구축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최근 보고서는 캄보디아의 53개 범죄 단지가 어떻게 연간 400억 달러(약 55조 원) 수익을 올렸는지 보여준다.

한국을 닮으려 했던 캄보디아는 중국 쪽으로 돌아선 뒤 아세안에선 중국 대변인처럼 행동한다. 중국 속국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자본으로 도로와 항만 등을 건설한 미얀마와 라오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자본이 들어간 뒤 중국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나라는 중국식 부패와 범죄 소굴이 된다는 것을 이들 나라가 생생하게 보여준다. 최근엔 영국과 독일,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국가들도 중국 기업 진출 후 중국 스파이 문제로 논란이 크다.

캄보디아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은 국내 거주 외국인의 지방선거 참정권을 도입했다. 내년 지방선거 때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영주권자 20여만 명 중 중국 국적자가 80% 이상이다. 중국의 악용이 불 보듯 뻔한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외면하고 중국의 안보 위협을 막기 위한 간첩법 개정도 막는다. 중국인 무비자 관광 허용으로 한국이 중국 조폭 자본 및 범죄자 유입에 무방비가 됐다는 우려도 크다. 반중 시위를 혐중이라 몰아붙이기 전에 캄보디아 비극의 뿌리부터 직시해야 한다.

이미숙 논설위원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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