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재판장 양환승)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의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대해 21일 무죄를 선고하면서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상급심이 남아 있지만, 판결을 통해 별건수사 기법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의미가 상당하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검찰은 김 창업자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할 정도로 혐의를 엄중하게 봤지만, 핵심 근거인 전직 간부의 진술이 별건수사로 얻어진 ‘오염된 증거’로 본 것이다. 이 간부는 김 창업자의 지시에 대해 진술했지만, 당시 배임 혐의 등 다른 건으로 부인과 함께 조사를 받았고, 이 진술로 자신은 기소되지 않는 ‘자진신고 감면 대상자’였다. 그동안 검찰 등 수사 기관이 유의미한 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본건이 아닌 다른 혐의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해 온 것이 관행처럼 됐고, 논란도 컸다. 여당이 검찰 폐지를 주장하는 핵심 근거로 사용된 만큼 이번 판결이 수사 행태의 변화 계기가 돼야 한다. 경찰이 검찰 통제 없이 수사하게 되면 그럴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또 다른 문제는, 3개 특검 수사에서 별건·강압 논란이 더 커진다는 사실이다. 김건희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양평군 공무원이 강압 수사를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고, 해병특검의 수사를 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옥중 입장문을 통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관련 진술을 하지 않으면 재산 형성 과정을 털겠다고 협박했다”면서 “별건수사가 7개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김건희특검에서 구속된 14명 중 절반이 별건수사로 구속됐고, 이 전 대표도 그런 경우다. 검찰 별건수사는 문제 삼으면서 특검 행태에는 눈을 감는 집권 세력의 이중성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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