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인공지능(AI) 가수가 빌보드 서브(부문) 차트 1위에 올랐다. 자니아 모넷(Xania Monet)의 ‘How Was I Supposed to Know?’는 지난달 빌보드 R&B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에 올라 2주간 정상을 지킨 뒤 지금도 톱10 안에 머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음악 생성 AI가 이미 상용화됐지만, 그 결과물이 세계 음악 산업의 척도인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것은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보여준다. AI 음악은 ‘실험’에서 본격적인 ‘산업’이 됐다.
모넷은 음악 경력이 전무한 시인 탈리샤 존스가 생성형 AI 툴 ‘Suno’로 만들었다. 존스는 자신의 시를 노래 가사로 바꾸기 위해 Suno로 작업하다 예상 밖의 반응을 얻어 모넷을 탄생시켰다. 그는 이 툴로 멜로디와 보컬 톤을 만든 뒤 라이브 연주와 코러스를 얹고 최종 믹싱은 프리랜서 엔지니어에게 맡겼다. 이 노래는 두 달 만에 1700만 회 이상 스트리밍됐다.
모넷과 함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 헌트릭스, 가상그룹 플레이브 등 인간의 육체를 벗어난 디지털 아티스트의 존재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잠들지도 지치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다. 감정 기복도 없고 약물·스캔들 위험도 없는 완벽한 엔터테이너이다.
AI 음악은 오래된 미래였다. 1950년대 수학적 확률 모델에 기초한 알고리즘 작곡 실험에서 시작돼 지금은 음악 제작의 핵심 인프라, 음악가의 필수 창작 파트너가 됐다. 최근 빌보드 조사에 따르면 음악 청취자의 60% 이상이 “노래만 좋으면 AI가 만들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인간만이 예술을 만든다’는 오랜 명제에 실금이 가고 있다. 하지만 모넷의 노래를 들어보면 매끄럽고 감미롭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하다. 예측 가능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데이터 기반 창작의 한계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에서 나온다.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고통이란 좋은 일일지 모른다. 행복하다면 예술가는 무엇을 만들겠는가? 예술이란 삶의 잔혹함에 대한 항의가 아닌가”라고 했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가도 감동은 잠들지 않는 기계가 아니라 인생의 나락에서 밤을 지새운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 우리가 끝내 기대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 완벽함이 아니라 그 초라함과 결핍이라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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