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
마이야 후르메 글·그림 | 정보람 옮김 | 비룡소
어떤 사람들은 조개껍데기나 우표 같은 것을 모은다. 또 어떤 사람들은 여행한 도시나 신기록을 세운 순간을 모으기도 한다. 문득 나는 집안을 둘러본다. 책도 가구도 모은 적이 없는데 오랫동안 공들여 모아온 것처럼 온통 나의 공간을 이루고 있다. 나는 마음도 돌아본다. 모으려고 애썼지만 결코 붙잡을 수 없었던 날들이 있다. 어떤 목소리를 가질지 궁금하던 입술, 삐뚤빼뚤 글씨를 배우던 고사리손, 앞니가 빠진 채 웃던 표정, 새 책가방을 메고 입학하던 뒷모습.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기억 너머로 환하다.
동화책 속의 귀여운 주인공 꼬마는 칭찬 도장도 포켓몬 카드도 아닌 ‘마지막 순간’을 모은다. 꼬마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은 사랑스럽고 심오하다. 생일 전날 밤은 ‘기다려 온 마지막’, 무대에 오르기 전은 ‘긴장되는 마지막’, 옛날처럼 물웅덩이에서 첨벙대는 할머니는 ‘마지막이 아니었던 마지막’, 나무 위 오두막에 들어가기에 커버린 몸집은 ‘아쉬운 마지막’….
쓸쓸한 마지막도 있지만 뿌듯한 마지막도 있다. 마지막은 언제나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처음과 맞닿아 있으므로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마지막의 마지막도 저 끝에 기다리고 있기에 한 번뿐인 지금의 순간들은 귀하다. 마지막이 어떤 것이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마지막 빛을 발했던 별들이 지금 여기 우리 눈앞에 반짝이듯이 우리들의 마지막 또한 누군가에게 어딘가로 그 눈부심을 전할 것이다. 핀란드 도서예술위원회 선정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선정되고 북유럽협의회 아동청소년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 책을 추천한다. 어린이들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고 또 사랑하길 바라며. 36쪽, 1만6000원.
신수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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