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독거리는 식감, 반쯤 흰색이 돌지만 투명한 색감, 가늘게 채를 쳐서 국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음식이 상 위에 올라왔다. 오이, 당근, 미나리를 비롯한 각종 채소와 새콤달콤한 소스까지 곁들여져 냉채로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이 식재료는 바다에서 온 해파리다. 흔히 우산 모양의 둥근 갓에 달린 긴 다리로 흐물흐물 바다를 떠다니는 것으로 묘사되는 바로 그 동물이다.

바다에 주로 살고 이름이 해파리이니 당연히 그 이름을 한자 ‘海(바다 해)’와 관련짓고 싶어진다. 그런데 사전에는 이러한 한자 정보가 표시되어 있지 않으니 고유어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걸 한자와 관련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 이 이름을 가만둘 리 없다. 가장 흔하게 떠도는 설이 본래 ‘해팔어(海八魚)’였던 것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여기에 쓰인 ‘팔(八·여덟 팔)’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억지로 갖다 붙인 이름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해타(海타)’가 본래 이름이고 해팔어는 속명이라 기록하고 있다. ‘타’는 물고기의 하나인 모래무지를 가리키기는 하나 해파리가 왜 바다의 모래무지인지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해타’가 ‘해파리’가 될 가능성은 없으니 이름에 대한 설명은 없는 셈이다. 결국, 해파리는 고유어로 볼 수밖에 없다.

영어로는 젤리피시(Jelly Fish)라고 하는데 요즘의 젊은 친구들에게는 이 이름이 더 직관적으로 와 닿기도 한다. 해파리의 색감과 질감이 젤리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영어 이름은 해파리를 인간의 ‘먹이’로 취급하는 것인데 생명체로서의 해파리는 자못 심각하기도 하다. 먹을 수 있는 해파리는 극히 드물고 몇몇 종은 독이 있어 쏘이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게다가 비정상적으로 바다를 뒤덮은 해파리는 어민들의 그물을 가득 채워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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