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픽’ 100호… 위즈덤하우스 스토리팀 인터뷰

위즈덤하우스 스토리팀의 김해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편집자, 김점준 제작팀장, 김다인 편집자, 곽선희 편집자, 박태근 본부장, 김소연 스토리팀장, 이정인 마케터.  위즈덤하우스 제공 ⓒ김흥구
위즈덤하우스 스토리팀의 김해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편집자, 김점준 제작팀장, 김다인 편집자, 곽선희 편집자, 박태근 본부장, 김소연 스토리팀장, 이정인 마케터. 위즈덤하우스 제공 ⓒ김흥구

위픽 시리즈는 의구심 속에서 첫발을 뗐다. 7∼8편의 소설을 모아 소설집으로 출간하던 출판계 관행에서 벗어나 단편 한 편으로 책 한 권을 만들겠다는 구상과 매주 온라인 연재로 한 편씩 공개해 매달 4권씩 펴낸다는 계획. 2023년 시작된 이들의 도전에 업계에서조차 ‘무모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흘렀다. ‘한 조각의 문학’을 슬로건으로 한 시리즈는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이미상 작가의 ‘셀붕이의 도’까지 꼬박 100권의 책이 채워졌다. 그렇게 모인 ‘100조각의 단편’은 위즈덤하우스 스토리팀에는 ‘자부심’이라는 모양으로, 한국 출판계에는 단편 시리즈의 ‘가능성’이라는 모양으로 완성됐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위즈덤하우스에서 만난 스토리팀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13쇄를 찍은 ‘파쇄’를 비롯해 최진영의 ‘오로라’, 조예은의 ‘만조를 기다리며’ 등 인기작을 배출해서가 아니다. 이들은 무엇보다 국내 독자들의 마음에 위픽이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초기 기획 당시 위픽은 문학의 주요 독자층을 타깃으로 했지만, 정작 더 크게 반응한 건 입문 독자들이었다. “위픽 덕분에 처음으로 한국 소설을 읽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김소연 위즈덤하우스 스토리팀장은 “한 권을 끝까지 완독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시대”라며 “그 한 번의 성취가 긴 이야기로도 이어지는 문학 독서의 문을 연다”고 했다.

‘문학 새내기’ 독자들을 끌어들인 것은 무엇보다 ‘디자인’이다. 초콜릿 조각을 닮은 격자무늬 커버, 그 안에 새겨진 소설 속 한 구절. 책은 하나의 ‘자기표현 수단’이 됐고, 젊은 독자들의 감성과 맞물렸다. 팀에서 마케팅을 담당한 이정인 마케터의 “요즘 독자들은 책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무엇보다 위픽 시리즈를 시작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단편 시리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독자들이 최근 원하는 것은 그저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장편, 단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재밌는 ‘한 권의 책’을 원했던 거죠.”

100권의 책 뒷편에는 8명의 팀원이 있다. 위픽을 하고 싶어 경력직으로 들어왔다는 김다인 편집자, 모두가 쓰러져도 혼자 시리즈를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했던 김해지 편집자, 책 제목만 들어도 표지색을 알아맞힐 수 있다는 이 마케터, 얼마전 세상을 떠난 백세희 작가의 책을 펴낸 것이 가장 뜻깊었다는 곽선희 편집자와 책의 ‘꼴’을 만들어준 김점준 제작팀장, 박태근 본부장, 이세호 디자이너까지. 한마음으로 100권이라는 목표를 완주한 덕분에 출판사에도 국내 문학을 품을 보금자리가 생겼다. 위즈덤하우스와 같은 국내 출판사엔 늘 고민이 있다. 문학잡지도, 문학상도 없는 출판사엔 국내 작가들과의 연결점이 부족한 만큼 청탁이 쉽지 않다. 위픽 시리즈가 독자들은 물론 출판사 입장에서도 ‘소설의 시작’이 됐다.

위픽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내년 3월 101번째 이야기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전만큼 숨 가쁘게 출간하기보다는 1년에 걸쳐 5∼6권을 펴낸다. “기대해도 좋을 만한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다”는 김 팀장의 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신재우 기자
신재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