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대만의 경제 도약이 놀랍다. 올 성장률이 한국을 앞서는 것은 물론, 국내총생산(GDP)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DP가 22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한다. 격차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어서 더욱 충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를 지난해보다 0.8% 감소한 3만5962달러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7위로 떨어졌다. 반면, 대만은 올해 11.1% 증가한 3만7828달러로, 세계 순위가 35위로 세 계단 올랐다. 구매력 기준으로는 대만이 2만 달러 이상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대만 성장률 전망치는 5.3%로, 한국(0.9%)의 6배 수준이다.

한국은 2028년(4만802달러)에 가서야 4만 달러에 진입하는 반면, 대만은 내년 4만1586달러, 2030년엔 5만252달러로 계속 질주할 태세다. 한국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선두 주자였지만, 이젠 꼴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7위로, 싱가포르(2위) 홍콩(3위) 대만(6위)에 한참 뒤진다.

대만의 힘은 반도체에서 나온다. 파운드리 세계 최강인 TSMC 외에도 폭스콘·미디어텍 등 글로벌 강자가 수두룩하다. 반도체 장비부터 인공지능(AI) 서버까지 생태계도 탄탄하다. 나라 전역엔 반도체 공장이 즐비하다. 대만 정부의 50년 장기 전략이 대성공을 거뒀다. 대만 사람들은 반도체 자부심이 대단해 미국의 무기가 아니라 반도체가 나라를 지킨다고 말하는 정도다.

반면, 우리 업체들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경제를 이끄는 제조업체의 75%가 올 실적이 목표 미달이라고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여느 때라면 경제 활성화 대책이 진작에 나왔을 터지만, 정부와 여당은 언급도 없다. 오히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강행하려고 한다. 노동계 요구를 거의 100% 수용하는 것과 너무 대조된다. 지난 23일 노란봉투법 토론회에서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노동의 경직화와 이로 인한 자본 유출이 한국과 대만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따로 주가 따로인 상황이 마냥 지속될 리 없다. 정부는 ‘진짜 성장’을 말하지만, 실제 행보는 반(反)성장이다. 대만의 약진을 보고도 반성이 없으면, 세계 변방국으로 추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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