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인천보라매아동센터 ‘함께 성장 프로그램’
일시보호아동에 교육 지원
개인 맞춤형 수업·특강 진행
악기·댄스 강습 등 예체능도
주 1회 박물관 등 문화체험
테마파크서 진로탐색 하고
요리실습·캠핑도 함께 즐겨
“선생님, 저 간판 이렇게 읽는 거 맞죠?”
내년이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임모(8) 군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읽을 수 없었던 길거리 간판들이 생생한 글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맞다, 잘 읽었다”는 인천보라매아동센터 선생님들의 칭찬과 격려에 임 군은 쉴 새 없이 간판들을 읽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임 군은 인천 중구 인천보라매아동센터에 입소한 일시보호아동이다. 입소 전 원적 학교에서는 글을 읽지 못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일 뿐이었다. 교장 선생님에게 불려가 혼나기도 일쑤였다. 하지만 입소 이후 2025 초록우산 공모사업에 선정된 인천보라매아동센터의 ‘함께 꿈꾸고 함께 성장하는 보라매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글자를 익히게 됐다. 보라매학교에서 매일 한글을 따라 쓰고, 소리 내 읽는 반복 연습을 하다 보니 이제는 간판 정도는 손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보라매학교는 인천 유일 아동일시보호시설인 인천보라매아동센터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대안학교다. 센터에 입소한 일시보호아동들이 학습 격차를 느끼지 않도록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일시보호아동은 학대·방임, 보호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가정으로부터 분리돼 기관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활하는 아이들을 일컫는다.
가정에서 적절한 교육적 지원이나 자극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보니, 일반 아동과 비교해 신체적·정서적·인지적 발달 지연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임 군처럼 한글을 떼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보호를 위해 센터에 입소하다 보면 학교 교육 공백이 발생해 격차가 더 벌어진다. 학업성취도 저하, 사회성 결핍 등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보라매학교 프로그램은 이러한 일시보호아동들의 학습 공백을 메우고, 나아가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됐다. 기초학습 향상을 위해 공통 기본교과를 교육하고, 주 1회 과목별 외부강사 수업도 진행한다. 이때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학습교재를 구입해 일종의 ‘맞춤형 교육’을 시도했다. 학생들마다 진도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보니 주 5회 개별 학습도 진행된다. 임 군 역시 입소 이후 개별 학습 시간을 통해 선생님과 1대 1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보라매학교에서는 예체능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우쿨렐레, 난타, 리코더, 피아노와 같은 악기 연주부터 퍼즐, 방송 댄스, 레고 조립, 마술, 축구 등 다양한 예술 및 신체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학습 지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학대·방임 등으로 심리적 불안이 높아져 있는 일시보호아동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악기 연주 발표회, 미술 작품 및 사진 전시회 등에도 참여하며 ‘성취감’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일시보호아동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는 ‘사회성’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고, 자아존중감도 현저히 떨어져 있어 일시보호기간이 종료된 후 사회 적응이 과제가 된다.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보라매학교의 진로탐색 및 체험활동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주 1회 음악회 및 박물관 관람, 도서관 방문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하고, 체육대회·요리실습·캠핑데이 등을 통해 한데 모여 또래끼리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여러 직업들을 한자리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테마파크, 진로탐색 프로그램도 병행됐다.
지난 4월 1일 닻을 올린 이번 공모사업은 내달 30일이면 종료된다. 인천보라매아동센터 측은 약 7개월간의 사업을 통해 “아이들의 자아존중감과 성취감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특히 아이들이 정서함양 프로그램 중 원하는 주제를 직접 선택하게끔 해 보다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보라매학교는 이후에도 과학 강사를 추가 채용해 과학 교과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시보호아동들이 머무는 특성상 입·퇴소가 잦아 예산 사용에 변동이 있지만, 보다 유동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용해 미진한 점을 보완하겠단 구상이다. 센터 측은 “체험·진로탐색 활동 이외에 창의력 활동, 신체 활동, 자연·환경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잠재능력이 개발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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