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올래 - (10) 제주 ‘아꼬아 탐험단’ <끝>
생태·환경 배우는 어린이캠프
정상까지 오르며 숲해설 듣고
그네·해먹 밀고 놀며 함박웃음
2박3일 정식 프로그램 곧 가동
텃밭 작물 수확 등 이벤트 가득
“저지오름은 해설사 선생님이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소나무 두 그루밖에 없는 민둥산이었어요. 마을 어른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둘씩 나무를 심어서 지금은 울창한 숲이 됐어요. 어른들이 심은 나무는 소나무와 삼나무뿐이었는데 지금은 220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들이 여기에 살고 있다고 해요. 어떻게 이렇게 된 걸까요?”
지난 2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저지오름 입구 앞, 자연환경해설가 김영숙(66) 씨가 던진 질문에 학생들은 눈을 반짝였다. “씨가 날아왔을 것 같아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하는 아이들에게 김 씨는 “날아온 건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날아왔을까?”라고 되물으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 씨는 “오름에 나무가 없던 시절에는 새들이 그냥 쉭쉭 지나갔어요. 그런데 어른들이 심은 소나무와 삼나무가 자라면서 앉아서 쉴 자리가 생긴 거예요. 새들이 다른 데서 가져온 열매를 먹고 씨앗을 떨어뜨리면서 다양한 나무들이 살게 됐어요”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제주 발도르프학교 1∼3학년 학생 15명은 이날 ‘아꼬아(사랑스러운, 귀여운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 탐험단’ 프로그램의 첫 순서로 저지오름 탐방에 나섰다. 이날 탐방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농촌애올래’ 사업과 연계해 이뤄졌다. 제주관광공사는 저지리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아꼬운 가치를 발견하고 체험해보는 마을 생태캠프를 개발하고 지난해 시범운영을 마쳤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마을 어린이들이 1호 탐험단이 됐다.
저지오름은 지난 200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생명상(대상)을 수상했다. 맑은 날 정상에 오르면 제주 서부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며 한라산, 산방산, 비양도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주의 다른 지역에 비해 외지인 방문이 적어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선대 조상들처럼 저지리에서 나고 자란 김 씨에게 이 오름은 특별하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보물찾기를 하고 허기지면 나무 열매를 간식으로 따먹던 곳이어서다. 김 씨는 길목 곳곳에서 아이들을 멈춰 세워 천선과, 청미래덩굴, 꾸지뽕나무, 탱자나무 같은 식물들을 친숙하게 소개했다.
식물에 얽힌 이야기는 풍성했다. 김 씨는 소나무를 타고 자라나는 덩굴(송악)을 가리키며 “친구들이 공부하느라 힘든 것처럼 나무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운을 뗐다. 송악이 햇빛을 받기 위해 높이 자라려고 할수록 소나무를 칭칭 감싸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나무들은 굉장히 평화롭고 아무 근심이나 걱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키 큰 나무들이 만든 그늘을 뚫고 햇빛을 받기 위해 높이 자라려고 힘껏 경쟁하다가 너무 힘을 소진하면 죽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위로 자라지 않고 뚱뚱해질 수도 있잖아요” “키가 작다고 모두가 스트레스받는 건 아니에요”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무들을 다독였다.
저지오름 탐방을 마친 아이들은 자연이 만든 놀이터에서 한바탕 신나게 놀았다. 솔방울을 오자미 삼아 과녁에 던져 2인 1조로 점수 내기를 하는 놀이부터 시작됐다. 나무들을 암벽등반용 밧줄과 몇 가지 도구를 활용해 연결하자 근사한 놀이기구가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흔들다리 위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그네와 해먹을 밀어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적막했던 숲이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으로 가득 찼다.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집라인이었다. 아이들은 “1시간으로 부족해요”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일정은 제주 출신 작가 이주원 씨와 함께하는 우주 탐험으로 마무리됐다. 천문학을 전공한 이 씨는 대중이 우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돕는 저술·강연을 하는 ‘우주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별이란 무엇인지, 어떤 모양인지 등을 퀴즈 형태로 배워보는 ‘별별 퀴즈’가 준비됐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 등장하는 별자리 이야기도 이어졌다.
아꼬아 탐험단은 이처럼 저지마을의 자연을 직접 체험하며 생태와 환경, 우주에 대해 배우는 어린이 캠프로 운영된다. 이날은 약식으로 진행됐지만 정식 프로그램은 2박 3일 일정으로 꾸려진다. 마을 곳곳에 숨겨진 미션을 수행하며 마을을 둘러보는 ‘덤부리 특공대’, 마을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피자를 만들어보는 ‘송키 탐험대’, 환상숲 곶자왈의 소리에 집중하며 천천히 걷는 ‘자연소리 탐험대’ 등 다채로운 활동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주원 작가와 함께하는 ‘우주탐험대’는 야외에서 진행돼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 이뤄진다.
저지리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마을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기 위해 ‘아꼬아대공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8일 저지리 녹색체험장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 참가하면 아꼬아 탐험단 프로그램 일부를 체험해볼 수 있다. 직접 만든 종이비행기를 부스터건으로 날리는 종이비행기 멀리날리기 대회를 비롯해 아꼬아 화실, 아꼬아 예술상점, 아꼬아 키친 등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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