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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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영포티(젊은 40대)’라고 비웃음을 받을까 봐 걱정입니다. 40대가 되니 나 자신을 설명하기가 애매합니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패션도 신경 쓰고, 음악도 요즘 걸 들어보려 하지만, 괜히 주변에서 “아직도 영포티야?” “요즘 애들 따라가려 하네” 같은 말을 들을까 불안합니다. 회사에서도 후배들과 어울리려 하면 ‘아저씨 같지 않은 척한다’는 시선이 느껴지고, 그렇다고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면 더 초라해집니다. 왜 이렇게 ‘젊게 보이려는 나’를 남들이 비웃을까 두려워할까요.

A : 젊음은 ‘Young’ 아닌 ‘Alive’… 자신의 리듬을 잃지 마세요

▶▶ 솔루션

세상과 연결되어 있되 자신이 세상을 독점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젊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세대의 속도로 늙어갑니다. 문제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세대의 경계를 너무 뚜렷하게 그어놓았다는 점입니다.

젊음은 영광과 능력처럼 이상화되고, 나이 듦은 퇴장과 낡음처럼 취급됩니다. 그래서 영포티라는 단어는 단순히 젊게 살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의 산물입니다.

젊게 살고 싶다는 욕망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배움을 멈추지 않고 세상과의 감각적 접점을 유지하려는 것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욕망을 타인의 시선으로 검열하거나, 젊음을 단지 흉내 내는 방식으로 소비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이 나이에 이걸 입어도 될까’ ‘이런 음악을 들으면 유치할까’라는 생각은 외부의 평가를 내면화한 불안의 언어입니다.

본질적으로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에너지의 형태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태도, 감정의 유연함,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불확실성을 기꺼이 마주하려는 마음이 젊음의 본질입니다. 그러니 비웃음을 받을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변화의 물결을 앞서 경험해온 세대로, 이제는 당당히 또 한 번 맞설 때입니다. 진짜 늙은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쪽이 아니라 남을 비웃는 쪽입니다.

다만 영포티 세대에도 자기성찰은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요즘 애들은 책임감이 없다” “조금만 힘들면 포기한다”며 젊은 세대를 쉽게 판단합니다. 이해하려 하기보다 대체하려는 태도, “내가 해봤으니 너도 이렇게 해야 해”라는 말 속에는 타인을 내 틀 안에 넣으려는 오만이 숨어 있습니다. 젊음을 흉내 내면서도 그들의 언어를 배우려 하지 않는 모순도 우리 안에 있습니다.

젊게 산다는 건 옷차림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다른 세대의 감정과 언어를 이해하려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나보다 어린 이들의 불안과 분노를 조롱하지 않고, 그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마음이야말로 진짜 젊음입니다. 젊음은 ‘Young’이 아니라 ‘Alive’, 즉 ‘살아있음’의 상태를 뜻해야 합니다. 남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리듬으로 늙어가되, 그 리듬 속에 다음 세대의 목소리가 함께 들릴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있는 어른’이 됩니다.

권순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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