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잡음
2023년 말레이인 필로폰 밀수
세관 직원들 연루 주장서 시작
백 “尹·警윗선 압박 수사중단”
李대통령, 백해룡 수사팀 파견
임은정, 당사자 이유 제외하자
백 “합수팀은 불법단체” 반발
밀수범 “세관 도움 기억 안 나”
사건 실체에 대한 ‘의문’ 커져
이른바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 규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 세관이 마약사범의 밀수를 돕고 검찰과 대통령실이 뒤를 봐줬다”며 마약 밀수사건을 수사하던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이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이 사건은, 이제 발생 3년이 다 되어간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을 통해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미 이 사건 수사를 위해 꾸려져 있던 검경 합동수사팀에 백 경정을 콕 집어 파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백 경정 파견 이후 수사가 탄력을 받기는커녕, 수사팀 내부에서 파열음만 계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세관 마약밀수 의혹’의 근거가 된 마약 밀수범의 진술이 번복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과연 이 사건에 실체가 있느냐”는 회의 섞인 반응도 나온다.
◇사건의 전모=‘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은 지난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의 필로폰 74㎏ 밀수에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마약 조직원 2명은 메스암페타민, 이른바 ‘필로폰’을 테이프로 몸에 감은 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백 경정은 같은 해 9월 조선족이 연관된 사건을 수사하던 중, 마약을 공급한 ‘상선’으로 이들을 인지했다. 이후 “세관 직원의 도움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세관 직원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하려 했으나,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과 경찰 윗선 등의 압박으로 수사가 중단됐다고 백 경정은 주장했다. 결국 같은 해 10월 밀수범 14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하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꺼지지 않은 논란= 백 경정은 2024년 8월 국회 청문회에서 이 사건 수사와 관련, “당시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총경)의 전화를 받았고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12·3 비상계엄과 이 대통령 취임 후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본격화되면서 이 사건은 잠시 잊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지난 6월 10일 검경 합동수사팀을 구성,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합수팀은 대검찰청 지휘하에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20명 규모로 꾸려졌다.
백 경정은 이후에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당시 법무부 장관)와 심우정 전 검찰총장(당시 인천지검장) 등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이 사건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주도했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수입 사업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극심하게 대립하던 정치권에도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 지시로 이뤄진 원포인트 인사= 대검은 지난 8월 말 신속한 의사결정과 공정성 담보 등을 이유로 합수팀의 수사지휘권을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넘겼다. 이후 한 달이 넘은 시점에 백 경정에 대한 이 대통령의 합동수사팀 파견 지시가 하달됐다. 이미 합수팀은 인천세관, 경찰청, 관세청, 주요 피의자들의 주거지, 마약 밀수 피의자들의 수용거실 등 총 28개 장소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벌여 마약 밀수범 16명과 직권남용 피의자 6명 등 관련자들을 입건한 상태였다. 임 지검장은 백 경정 자신이 피해자이자 고발 당사자인 ‘수사 외압’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만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백 경정은 “검경 합동수사팀은 불법 단체”라며 반발했고, 공식 파견 첫날인 지난 15일 항의성 연가를 쓴 채 유튜브 방송에 출연, 임 지검장 등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임 지검장은 합동수사팀을 합동수사단으로 격상시키고, 단장에 채수양 창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를 임명했다. 백 경정을 포함한 5명 규모의 ‘백해룡팀’을 수사단 내 ‘작은 경찰서’처럼 꾸렸고, 백 경정에게 팀장으로서 전결권을 부여했지만 기존 수사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핵심 진술 번복…의혹 실체 있나= 최근 백 경정이 주장한 ‘세관 마약밀수 의혹’의 근거가 된 말레이시아 밀수범 중 1명이 마약 밀수 당시 세관 공무원의 조력 여부에 대해 “기억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문화일보 취재 결과, 말레이시아에서 마약을 운반하다 적발된 밀수범 A(48) 씨는 지난해 12월쯤 접견을 온 자신의 민사 사건 대리인에게 “시간이 너무 지나서 마약 밀수 당시 세관 직원의 조력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는 A 씨가 지난 2023년 백 경정에게 특정 세관 직원 3명을 지목하며 이들이 자신의 마약 밀수를 도왔다고 주장한 진술과 상반된다. A 씨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백 경정 측은 “A 씨는 특정 사람과 사물을 찍어내는 데는 지장이 없고 오히려 매우 뛰어나다”며 “A 씨 진술은 검찰이 수사 단서 및 유죄 인정의 근거로 이미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의혹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고, 한 전 대표도 “백해룡(경정)과 이 대통령 콤비의 망상”이라고 직격했다.
이현웅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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