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 전망지수가 4년 만에 최고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에도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10·15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현 정부의 이번 대책이 지난 정부의 25차례나 반복된 부동산정책과 유사한 대책의 재탕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앞서 지난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시장은 단기 냉각기에 들어갔으며, 이와 함께 기존 내집마련을 꿈꾸던 사람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당장 주택 마련을 계획하던 실수요자나 전세나 월세를 살던 사람들도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난감해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수요 억제 정책보다는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원리에 따른 주거복지였기에 시장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10·15 대책으로 직접적 영향을 많이 받는 규제지역의 경우 단기적으로 주택매매의 거래 절벽을 경험하는 한편, 해당 지역에서 전월세로 살던 주민들은 향후 전월세 임대 공급이 급속히 위축됨에 따라 전월세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최근 논의되는 3·3·3 대책(임대차 계약 3년 단위 체결, 3년 후 임차인이 원하면 3년간 추가 갱신 요구 가능)으로 임차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공급이 크게 줄어 임대차 비용의 증가는 명약관화하다.
이 대책은 우리나라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는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하는 주택금융을 축소함으로써 수요를 관리하려 한다. 주택 가격의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이 있다. 이 지표가 20배인 경우 중위권 소득을 가진 가구가 연소득을 20년간 저축해야 중위권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사퇴한 정부 고위 관료의 말대로 꾸준히 저축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 집값이 또 올라 원하는 집을 사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주택금융이 있다. 원하는 주택을 은행의 담보대출로 당장 내 집으로 만든 다음 장기간에 걸쳐 대출을 상환하는 제도다.
이번 대책으로 가장 크게 영향받는 대상은 투기꾼보다 실수요자일 것이다. 돈이 많은 투기꾼들은 대책이 시행되는 동안 잠시 투기를 멈추면 되지만, 자금이 충분치 못한 실수요자는 대출 축소로 내집마련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우려되는 상황은 공급의 축소다. 정부는 135만 호에 이르는 주택 공급을 계획하지만, 이는 아무리 부지런히 추진해도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어려운 과제다. 또한 정부의 주택공급계획에도 민간 건설사의 공급분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는데, 지금처럼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 어느 건설사도 사업을 쉽게 확대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규제지역의 확대로 임대주택의 주요 공급자인 다주택자가 축소됨에 따라 전세나 월세의 물건이 크게 줄어들어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우려도 있다. 결국, 수요 축소는 공급 확대를 어렵게 함으로써 실수요자들의 부담과 함께 주택시장의 안정화라는 목표가 요원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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