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8일 정상회담에 세계적 시선이 쏠렸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처음 대면한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외교적 시험 무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사전 대비와 함께 국내적으로는 경제적인 성과를 어필해야 하는 정치 무대였다. 미일 정상의 다른 의도는, ‘강한 동맹의 재확인’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통해 강력한 미일동맹을 어필하고자 했다.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강한 일본 외교’를 부활시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일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만들기 위해 ‘아베 총리의 후계자’임을 끊임없이 강조해 트럼프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베 전 총리로부터 다카이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회상하며 “당신은 위대한 총리가 될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예우가 아니라, 트럼프가 다카이치를 중요한 대화 상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상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게다가,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충족시켜 트럼프가 만족할 만한 회담으로 만들었다. 회담 서두에 다카이치는 “미일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 됐다. 일본도 함께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더는 미국의 ‘방어적 파트너’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방위비를 GDP의 ‘2% 이상’ 연내 증액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동맹국들에 계속 요구해 온 ‘비용 분담 강화’에 부합하는 조치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경계하는 것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또한, 미일 간 관세 합의의 구체적인 이행 상황도 마련했다. 그전에 미일 양국 정부는 5500억 달러(약 80조 엔) 규모의 대미 투자·융자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트럼프와 경제인들의 만찬을 주선하면서 실질적인 진행을 담보하도록 성의를 보였다. 에너지, 인공지능(AI) 전력 개발, AI 인프라 강화, 핵심 광물 등 분야의 구체적 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킨 것이다. 게다가 반도체·배터리·AI 관련 원자재를 양국이 공동 조달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시킨다는 데도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 관계를 넘어선 ‘산업 기반의 동맹 모델’을 지향한 것이다.
미일동맹의 전략적 재편은 우리 외교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는 일본 외교가 수동적인 자세에서 ‘적극적 파트너십’으로 전환하려는 신호탄임을 알려준다. 앞으로 미국은 일본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질적 파트너로 격상시키며, 중국을 견제하는 파트너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공세적 자위’는 동북아의 군비 경쟁과 긴장 고조를 촉발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이 동북아 질서에서 순기능을 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능동적 설계자로서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향후 동북아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안보·경제·외교의 3축을 새롭게 조정하지 않는다면 한국 외교의 자율성이 약해질 위험성이 예고된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1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