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우크라전쟁 계기 북중러 연대
中 군사굴기와 북핵 최대 위협
美 관세전쟁으로 한미일 약화
한미는 동맹 현대화 합의하고
한미일, 비핵화 공조 견지 중요
한중, 서해 구조물 등 해결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초반이던 2018년은 동북아 격변기였다. 미 유권자의 반중 정서를 기반으로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격화되던 미·북 관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변해 싱가포르, 하노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북·중 관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년여간 5차례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밀착했다. 관세 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패권 경쟁은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를 거치며 동맹을 통한 대중 압박과 견제로 더욱 구조화됐다. 하노이 북핵 노딜 이후 미·북 관계는 바이든 시기 제자리걸음을 했다. 북·중 관계도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경제 지원을 받지 못하자 코로나19 이후 소원해졌다.
트럼프가 재집권한 2025년 동북아가 다시 격랑을 맞고 있다. 미·중 관세 전쟁이 재점화됐다. 이번엔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후속 협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 때와의 차이점은 미국의 핵심 타깃인 중국의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과 함께 ‘권위주의 연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중·러 밀착과 함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을 계기로 북·러 동맹이 구축되고, 지난달 초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이 참석하면서다. 톈안먼 망루에 시진핑·김정은·푸틴이 나란히 서서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2023년 바이든 때 캠프데이비드 공동성명으로 절정에 올랐던 한·미·일 협력은 트럼프의 관세 압박과 일본의 강경 보수 정권 등장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재 동북아 최대 리스크는 북한 핵무력 고도화와 첨단기술 및 군사 굴기를 추구하는 중국의 위협이다. 지난 23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선 과학기술 자립과 미국에 대한 제조업 우위, 안보의 공고화가 천명됐다. 회의 공보에는 ‘건군 100주년(2027년) 목표를 예정대로 달성하고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를 고품질로 추진하겠다’며 군사력 강화를 분명히 했다. 전승절 땐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 미사일, 스텔스 무인기 등 첨단무기를 선보였다. 미 국방부는 현재 600개 수준의 핵탄두를 보유한 중국이 오는 2035년엔 1500개 실전 배치, 2049년엔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핵 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상시적인 군사훈련으로 대만을 압박하면서 미국을 제1 도련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를 잇는 선)과 제2 도련선(일 오가사와라제도∼괌∼파푸아뉴기니) 밖으로 내몰고 서태평양 진출을 노린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 주변에서 고속정 및 잠수 인력이 포착되고 올 들어 양측 함정이 두 차례나 대치하는 등 중국의 서해 내해화(內海化) 시도는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중국 군용기는 2020년부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연평균 82.5회 침범했다. 북한은 미국에 핵보유국 인정과 군축 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에 세계의 시선이 쏠린다. 29일 오후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선 관세 협상 타결 계기를 마련하면서 방위비 증액, 중국 견제와 맞물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전시 작전통제권 등 동맹 현대화 이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30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일본 총리 간 첫 회담도 북·중·러에 맞선 한·미·일 협력 심화가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 일정상 한미일 정상회담은 힘들지만, 양자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목표 공유도 이뤄져야 한다.
11년 만의 시 주석 국빈 방한으로 오는 1일 열릴 한중 정상회담 역시 이 대통령이 표방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 측면에서 성과가 나와야 한다. 서해 불법 구조물 철거와 사드 사태 이후 지속돼온 한한령(限韓令) 해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제재 철회 등을 중국에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한·중 기술 및 경제 협력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건설적 역할 등도 촉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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