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 왔던 미국 관세 협상의 큰 틀이 마무리됐다. 논란이 됐던 대미 금융 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체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으로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으며,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시장을 선택했다.
정부는 협상 타결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측에서는 벌써 다른 말이 나온다. 반도체 관세는 이번 거래에서는 빠졌다고 하고, 완전한 시장 개방 등까지도 거론한다. 양국 간의 이견을 해소하는 후속 협상이 더욱 중요해졌다.
일단, 정부가 발표한 양국의 합의 내용에 따르면, 기존의 기본관세 15%는 유지된다. 그리고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는 15%로 낮아졌으며, 의약품과 목재 등에 대한 관세는 최혜국대우 수준으로 결정됐다. 항공기 부품과 복제약, 그리고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천연자원 등에 대한 관세는 사라졌다.
향후 협상을 더 진전시켜 협정으로 마무리해야 할 쟁점들이 보인다. 우선, 반도체 협상이 남아 있다. 미국은 대만과 한국을 동일선에서 압박하고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유도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 추가 협상에서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품목관세도 문제다. 2024년 철강 및 관련 제품의 대미 수출액은 347억 달러, 알루미늄과 그 제품 수출액은 50억 달러다. 항공기 부품 대미 수출액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이번 협상에서 큰 논란이 됐던 부분이 대미 투자였다. 양국은 투자위원회(위원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와 협의위원회(위원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를 만들어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를 협의하기로 했다. 투자 수익 배분 방식은 한국이 원리금을 상환받기 전에는 미국이 요구한 대로 5 대 5 원칙을 따르고, 이후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미국이 9 대 1로 더 많이 가져가기로 했다. 정부가 투자하는 자금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최대한 국내 업체들의 일감으로 되돌아오도록 하는 후속 협상의 디테일이 필요한 대목이다.
매년 200억 달러를 10년에 걸쳐 조달하는 것은 부담이 작지 않다. 정부는 외환자산 운용 수익으로 충당이 가능하고, 추가 자금이 필요하면 국제 시장에서 정부보증채 등을 발행해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국내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외환시장 영향도 제한적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투자 수익의 유입으로 장기적으로는 통화 가치 안정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가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해 외환시장을 통한 대미 투자를 고집한다면 시장은 그때마다 요동칠 것이다. 민간 해외투자의 경우, 투자의 수익 구조가 탄탄하다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정부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 우리의 역할을 강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가스 개발과 전력 공급, 그리고 조선과 자동차에서 대안을 마련했다. 정부도 우리 힘이 부족하면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협상이 재도약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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