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이 29일 극적으로 타결돼 일단 관세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은 상당히 해소됐다.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 중 2000억 달러를 매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분할 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로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은 상호관세 및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낮추고, 반도체 관세도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한국이 불리하지 않도록 적용하기로 했다. 대미 펀드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추진되고, 수익은 원리금 상환 전에는 양국이 5 대 5로 나눠 갖기로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가 2∼3일 내에 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비교하거나 큰 틀에서 보면 선방한 협상이고, 경제 위기를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시장도 한숨을 돌렸다는 반응이다. 30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424원까지 하락했고 자동차·조선업 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연납액 200억 달러는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밝힌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규모(연간 150억∼200억 달러)’의 최상단에 해당한다. 국제수지 등을 고려하더라도 통화스와프 없이 감당하기엔 벅찬 수준이다. 정부는 외화자산의 이자·배당 등 운용 수익을 활용하고, 부족분은 채권 발행을 통해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 국채·금·유가증권 등에 투자한 외환보유액이 4220억 달러인 만큼, 연 5%의 수익만 내도 211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분할 납부로 충격이 분산됐지만, 충격 자체를 피할 순 없다. 매년 30조 원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가는 만큼 더 많은 외화를 확보해야 한다.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가 15%로 낮아져도 지금까지의 ‘무관세’와 비교하면 수출 기업들에 큰 부담이다. 원활한 대미 투자펀드 조달을 위해 수출이 늘어나야 하고, 우리 기업들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야 더 많은 투자금이 국내로 환류될 수 있다. 다행히 관세전쟁은 피했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어느 때보다 친(親)시장적 정책으로 기업 활력을 북돋우는 일이 절실하다. 결국 관건은 기업·수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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