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SNS를 통해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전격적으로 밝힌 것은 70여 년 한미동맹의 신기원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국한됐던 양국 관계(한미원자력협정)가 군사적 이용으로 확장되는, 원전동맹이 핵동맹으로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보유를 위한 방안이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수준으로 귀결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말해, 핵심인 잠수함에 탑재할 소형원자로의 설계·제작 및 연료 공급 방안과 주체 등을 놓고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 때 “디젤 추진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면서 “핵 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조치를 취한 것 자체가 청신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5시간여 앞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대북 억제를 넘어 대중 견제로 진화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잠수함을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남은 문제는 원자력협정 개정이다. 핵심은, 평화적 이용에 국한된 원자력 협력을 군사적 협력으로까지 확장하기 위해 한국의 독자적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일이다. 정부는 원전산업 육성을 위해 핵연료 주기 완성을 추구하면서 미국 측에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촉구해왔지만, 미국 측은 비확산 체제 유지를 앞세우며 개정에 부정적이었다. 이제 큰 방향에서 그런 족쇄가 풀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오는 11월 1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정한 부담이 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한미 핵동맹은 북한 핵무기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수라는 점에서, 후속 협상을 신속히 잘 마무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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