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 지음│송은혜 옮김│바다출판사
일상·철학 나누는 온라인공간
‘매노스피어’ 문화 번져가면서
“여성적 가치, 사회 지배” 생각
그들을 찌질이로 여기지 말고
소외 벗어나 유대 회복 도와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대남’은 처치 곤란한 문제아, 능력주의에 홀리고 음모론에 빠져 앞뒤 가리지 못하고, 사회 진보에 관심 없고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극우 청년들로 자주 호명된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 특정 게시판에 모여 음모론을 키우고, 조직을 이루어 분노와 혐오를 퍼뜨린다.
‘이대남’은 인류가 오랫동안 벼려 온 진보와 계몽의 서사를 거부한다. 이들은 대다수 여성이 능력에 비해 과분한 대접을 받는다고 여기고, 세상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쪽으로만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극단주의에 취해 사회 정의 자체를 조롱하고 부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청년들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에서 사이먼 코플런드 호주 국립대 사회학 연구원은 ‘이대남’이 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분노하는 젊은 남성들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곳에선 어디에나 나타난다. 저자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계)에 주목한다. 매노스피어란 남성 중심의 온라인 공간을 말한다. 남성들이 모여 일상과 인생철학, 자기 계발과 성공, 연애와 결혼 같은 관심사를 나누는 곳이다. 그러나 주로 교환되는 건 남성들의 상처받은 좌절감과 여성(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다.
매노스피어에 속한 남성들은 “현대 사회는 여성적 가치에 지배당하고 있고,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이 이를 은폐”한다고 믿는다. 그 탓에 사회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도맡은 남성의 희생에 걸맞은 사회적 위상을 빼앗겼고, 남성들은 삶의 목적과 가치를 빼앗긴 채 떠돌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남성들이 “자기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남성 혐오’ 사회와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권’을 부르짖는 이들은 대체로 극우 세력, 특히 대안 우파와 깊이 연결돼 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전직 킥복서 근육남 앤드루 테이트 등의 영향으로 이 문화는 폭발적으로 번져갔다.
저자에 따르면, ‘우월감 정치’에 사로잡혀 이들을 ‘방구석 인간’ ‘낙오한 찌질이’ ‘밑바닥 꼴통’ 등으로 깎아내리는 건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노스피어 남성들은 한심한 패배자들이 아니다. 그들 대다수는 길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청년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들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불만에 주목해야 한다. 원제 ‘남성의 불만(The Male Complaint)’은 저자의 이러한 입장을 잘 드러낸다.
매노스피어는 신자유주의 사회 구조와 깊이 결합해 있다. 불만의 가장 깊은 곳엔 ‘잔인한 낙관주의’가 놓여 있다. 사회는 열심히 일하고 성실히 규칙을 지키면 행복해진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그와 반대다. 아무리 애써도 취업도, 연애도, 내 집 마련도 어렵다. 이를 믿을수록 불만만 더욱 커진다. 그래서 잔인하다.
신자유주의는 전통적 가부장 신화가 필요 없다. 승자 독식과 무한경쟁으로 경제적 안정성이 파괴된 세계에서 남성은 국가와 가족을 책임지는 기둥일 수 없다. 이제 남성들은 오직 돈과 소비력으로만 남자다움을 증명할 수 있다. 이는 돈 없는 남성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가부장적 삶의 틀은 철저히 해체된 반면, 여전히 젊은 남성들은 전통적 성역할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이들의 마음을 고통과 불만에 잠식시킨다.
아무도 이들의 고통에 주목하지 않을 때, 매노스피어는 이들이 친구나 동료를 만나고 불만을 나누는 상담소로 작동한다. “세상이 왜 이렇게 엉망인지를 설명하는 서사를 제공”하고, 존재의 의미를 찾아준다. 그 서사는 페미니즘을 파괴하고, 여성 편만 드는 국가를 바로잡아 위기에 처한 남성성을 회복하면 문제가 사라진다고 속삭인다.
그러나 매노스피어는 젊은 남성들의 고통을 줄여주지 못한다. 진짜 원인은 신자유주의에 있는데, 여성을 공격해 대접받으려 해봐야 소용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매노스피어는 자기 계발에 성공해 매력적 남성이 되라는 불가능한 요구를 강요한다. 열정이 보람을 낳지 않고, 냉소와 허무만 부추기는 이런 서사는 젊은 남성들을 자해나 자살, 범죄와 테러로 몰아간다.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 여성을 표적 삼아 조직적으로 괴롭히고, 때로는 총기 난사 등 ‘묻지마 폭력’ 같은 일탈적 테러를 자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매노스피어에 빠진 청년 남성들을 구조적 실패로 인해 나타난 증상으로 바라보고, 이들이 매노스피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 서사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용 안정 및 임금 인상과 함께 새로운 남성성 제시, 소외된 남성들이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52쪽, 1만98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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