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4주년 특집 - 베이비붐 1세대 ‘인생 2막’ 리포트

(2) 벼랑에 선 은퇴자들

 

‘인생이모작’ 계획했다가 낭패

 

공인중개사·주택관리사 취득

안정적 노후 꿈꿨지만 구직중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마냥 손 놓고 준비 없는 노후를 맞이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자신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형태의 인생이모작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고령’이 걸림돌이 돼 재취업에 실패하거나, 새로운 업종에 진출했다 돈만 날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29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지난 2019년 퇴직한 김모(62) 씨는 공인중개사와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안정적인 노후를 꿈꿨으나 현재 여전히 ‘구직 중’이다. 김 씨는 매월 공무원 연금으로 280만 원을 받지만 아파트 관리비(월 45만 원), 건강보험료(월 30만 원), 부모님 용돈, 자녀 취업학원비, 자동차 보험료 지출로 생활비가 부족해 전문자격증 취득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그는 “공인중개사 시장 포화로 취업 자체가 쉽지 않았고, 지원했던 몇 곳은 젊은 여성 중개사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알선 업체 소개로 한 소형 빌딩 관리를 맡았는데, 1년도 안 돼 이유 없이 계약해지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학사 장교로 복무하다 1993년 전역한 이모(62) 씨는 3년 전 유튜브 채널 운영에 뛰어들었다 손실만 보고 포기했다. 복무 기간이 짧아 국민연금 수급 대상인 이 씨는 “해병대 관련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다가 3개월 전부턴 쉬고 있다”며 “장비 구입비 150만 원으로 시작한 후 몇 달간 월 65만 원 정도 벌기도 했지만, 현재는 월 5만 원도 못 벌고 해봤자 손해인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투자와 인맥관리, 스트레스 등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 씨의 자산은 경기 부천시 소재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골프 취미를 살려 ‘시니어 캐디’로 일하려다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베이비부머 세대가 많이 접속하는 한 온라인 카페엔 “교육 업체가 45일쯤 되는 짧은 교육을 마친 뒤, 골프장 취업 알선을 해주지도 않았다. 인당 교육비로 받는 50만 원과 보증금 15만 원을 뜯어내는 게 목적”이라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김모(64) 씨는 문화일보에 “교육비 버는 게 주목적이라 신청만 하면 다 받아준다”며 “말투가 어눌한 사람들은 골퍼들과 대화가 어렵기에 교육 자체가 어려운데, 아무나 면접을 통과시키니 교육은 중단되고 돈만 날린 피해자들이 꽤 많다”고 분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노동시장에서는 베이비부머들을 비정규직 등 취약 집단으로 취급하는 것이 문제”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 성윤정 기자
노기섭
성윤정

성윤정 기자

편집국장석 / 기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