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보면 부패한 세상을 깨끗하게 할 사람을 ‘소금’에 비유하고 있다. 소금은 음식의 필수적인 맛을 내지만 음식물의 부패를 방지하는 중요한 물질이기도 하다. 염장(鹽藏), 즉 소금을 이용해 음식물의 저장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자반’이다. 언뜻 보면 한자어일 것 같지만 이에 어울릴 만한 한자를 찾기 어려우니 고유어로 취급된다.

자반은 생선과 어울려 쓰일 때가 가장 많은데 고등어나 갈치 등에 소금을 뿌려 둔 것이 그것이다. 바닷가에서는 싱싱한 생선을 먹을 수 있으나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는 소금에 절인 자반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생선이었으니 별미에 속하는 음식이다. 생선뿐만 아니라 콩, 김, 나물 등도 짭짤하게 조리거나 무쳐서 오래도록 두고 먹기도 하는데 이 또한 자반이라 한다. 간장에 졸여 검은빛을 띠는 콩자반이 대표적이고 김이나 다시마를 양념해 기름에 튀긴 것도 자반이라 한다.

김과 미역 등의 해초나 여러 종류의 나물에 양념을 발라 말린 것을 굽거나 기름에 튀겨서 만든 것은 때로는 한자어 취급을 받기도 한다. ‘자반’은 한자로 쓰이는 일이 없는데 이런 음식들은 ‘좌반(佐飯)’으로 칭하기도 하는 것이다. 한자를 보면 밥을 돕는다는 뜻이니 짭조름하고도 맛있는 반찬 정도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자반은 밥상의 주인공으로서, 좌반은 밥상의 조연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육지에서는 귀한 생선이 입맛을 당기게 하고 짭짤한 해초와 나물이 밥맛을 돋운다. 그러나 맛과 배부름보다는 건강을 중시하는 시대가 되면서 자반과 좌반은 경계(警戒)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음식의 핵심인 소금이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씩은 괜찮다. 지루하고 싱겁기만 한 삶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가끔 짭조름한 맛으로 활력을 되찾고자 할 때 자반은 좋은 좌반이 될 수 있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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