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환 前 駐파키스탄 대사, 경남대 초빙석좌교수
파키스탄 대사 근무를 마친 지 벌써 9년이다. 재임 시절 맺은 인연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지금도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해 조용히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한 지원으로 파키스탄의 경제 발전을 돕고 있으며, 크고 작은 한국 기업들도 꾸준히 진출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 역시 통상 확대와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9월 29일 EDCF 1억5800만 달러 규모로 추진되는 카라치 정보기술(IT)파크 건설 입찰에는 한국 기업이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또한, 파키스탄 정부가 오는 11월 25∼27일 카라치에서 열리는 제3차 국제 식품·농업 박람회에 한국 기업들을 초청했으나, 40개 회사만 응했다.
한국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이유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로 인한 파키스탄의 경제 불안, 잦은 테러 보도에 따른 안전 우려, 그리고 국적기 직항 부재로 인한 여행의 불편 등이 꼽힌다. 그러나 1960년대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던 때나 1970년대 중동 건설 진출 당시의 환경을 돌아보면, 파키스탄의 여건이 그보다 나쁘지 않다.
파키스탄은 한반도의 약 4배나 되는 영토와 2억40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잠재력과 기회의 나라이다. 파키스탄은 석탄·금·구리·철광 등 천연자원뿐만이 아니라 목화·밀·우유 등 농업 자원도 풍부하다. 1억 명 이상이 16∼40세로, 공용어인 영어와 컴퓨터 기술에 능통하며 임금이 저렴하다.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의 협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간 협력뿐 아니라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는 1만8000명의 파키스탄인이 거주하고 있다. 1500여 명이 통상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중 500여 명이 파키스탄기업협회(PBA)에 가입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협회는 올해부터 한국 각 지역 상공회의소 및 파키스탄과의 교역을 희망하는 단체들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 협회의 요청에 따라 파키스탄 근무 경험이 있는 전직 외교관들과 기업인들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협력의 다리를 놓을 예정이다.
한국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파키스탄은 1947년 8월 14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은 해마다 8월 15일 전후로 서울·대구·인천의 공공장소에서 독립절 기념행사를 해오다가 2020년부터 용인·시흥·양주 등 지방 도시들과 차례로 공동 행사를 개최해 왔다. 지난 8월 16일에는 고양특례시 이동환 시장과 사이드 모아잠 샤 주한 파키스탄 대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에서 한 젊은 한국 사진작가가 자신의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파키스탄 북부 K2봉에 사진 촬영차 방문했다가 해발 3200m에 자리한 수롱고와 인근 먼드롱 마을에 2개의 초등학교를 세우고, 교사 6명의 급여와 학생 120명의 책걸상 및 학용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작가의 헌신에 고무돼 한국의 독지가 40여 명이 11월 4일 두 초등학교 후원회 창립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장차 파키스탄 교육·의료 지원을 위한 사단법인으로까지 발전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독립기념행사 공동 개최와 한국 민간단체와의 협력 강화, 파키스탄 초등학교 후원회 조직 등 민간 차원에서 한-파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움직임이 하나둘 싹트고 있다. 땅에 뿌려진 작은 씨앗이 언젠가 큰 나무로 자라듯이, 비록 시작은 미약하나 마침내 창대하리라는 꿈을 다시 한 번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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