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前 연세대 교수, 前 경희대 법전원 석좌교수
우리는 국민주권과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반헌법적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선출된 권력은, 선출한 주권자의 권익 향상을 최상위 목표로 삼아야 하는 기속적(羈束的) 위임을 받은 것이다. 상호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은 탈선을 막기 위한 필수 장치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삼권분립을 비롯한 헌법의 규범력을 무시하는 일탈을 일삼는다. 국민주권의 나라에서 국민은 안중에 없고 대통령만 보이는 ‘이재명 주권국가’로의 전환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형사사법 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려는 갖가지 시도는 묵과할 수 없는 다수권력의 폭거다. 경찰과 검찰로 충분한 수사기관을, 경찰·중수청·공수처·공소청 등으로 분산시켜 수사받는 국민만 혼란스럽다. 국민 권익을 침해하는 명백한 개악이다.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일탈을 방치하면 결국 독재국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무도한 시도는 한 사람의 범죄를 덮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헌법적 폭거를 보노라면 나치 독재국가가 탄생하는 과정이 떠오른다. 바이마르공화국은 세계적인 대공황과 전쟁 배상금 등으로 실업과 빈곤이 늘고, 정치적 혼란까지 가중되면서 국민의 신뢰가 급격히 약화했다. 1923년 실패한 쿠데타의 전과자인 아돌프 히틀러는 1932년 대선에서 힌덴부르크에게 패했지만, 국가 재건과 민족주의를 내세워 과반엔 못 미쳤지만 의회의 제1당이 됐다.
히틀러는 1933년 총리로 임명된 후 의사당 방화 사건을 이유로 긴급조치를 단행했다. 폭력과 협박으로 반대 세력을 탄압하면서 개헌 정족수를 채워 수권법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입법권을 장악하고, 헌법도 무시할 수 있는 권한을 준 법이다. 1934년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사망하자 히틀러는 대통령직을 겸하는 명실상부한 실권자(Führer)가 돼 민주주의를 종식하고 독재국가를 완성했다.
민주당 정권이 지금 벌이고 있는 헌법 침식의 일탈 행위는 히틀러의 독재 시스템 구축 과정을 닮았다. 히틀러는 명문으로 헌법 위반의 길을 연 수권법에 근거해 독재를 했지만, 민주당은 명문의 법적 근거도 없이 위헌성이 뚜렷한 법률을 마구 만들어냈고 또 만들어내려 한다. 그러나 히틀러의 수권법처럼 헌법 위반을 정당화하는 법률을 만든다면 국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정치 현실에서 권력과 국민의 매개체이기도 한 언론의 사명은 더욱 막중해졌다. 다가오는 위험을 국민이 속히 자각할 수 있도록 계몽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일부 언론이 분투하고 있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쫓아내기 위한 법률을 만들고 방송법 등 언론 관계법을 개정해 언론을 장악하려는 폭주에, 기죽거나 순치되는 느낌마저 주기 때문이다. 히틀러 독재 때 언론은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 괴벨스가 이끄는 선전부는 언론을 철저히 통제해 히틀러를 영웅으로 미화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했다. 현재의 한국 언론은 이런 본원적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고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바란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독재를 저지할 최후의 보루는 권력 선출권을 가진 국민이다.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피땀으로 일군 우리 국민은 생리적으로 독재정권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정도(正道)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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