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보수의 이모’ 등극한 최민희
딸 결혼식 파문에 “양자역학”
“노무현 정신” 끌어대다 역풍
정청래도 부채 의식에 손 못 대
김어준과 공생 관계 의식하며
여당도 끽 소리 못 내고 입조심
2020년 5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유용 사태가 터졌을 때 일이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차용한 ‘돈 헤는 밤’이란 풍자시가 나돌았다. ‘의원님이 지나가는 자리에는/의혹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기대도 없이/회계장부의 돈을 다 헤일 듯합니다/…/돈 하나에 아파트와/돈 하나에 기념관과/돈 하나에 안성 펜션과/돈 하나에 소녀상, 소녀상/…/그러나 정권이 끝나고 수사가 시작되면/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의원님 이름자 옆에도/조국처럼 죄목이 무성할 거외다.’ 자칭 ‘반일 투사’ 윤미향과 대표적 항일 민족 저항시가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좌파 카르텔의 실체를 풍자한 이 시가 퍼지면서 윤미향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났다.
5년이 지나 이번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풍자하는 ‘돈 헤는 밤’이란 시가 떠돈다. ‘국감이 지나가는 사랑재는/화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봉투 속의 돈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돈 한푼에 방송과/돈 한푼에 통신과/돈 한푼에 미디어와/돈 한푼에 양자역학, 양자역학/…/그러나 국감이 지나고 권력에도 끝이 오면/우병우 사진 특종 못 막았듯이/위원장님 이름 적힌 기사 밑에도/전설처럼 악플이 무성할 거외다.’
최 위원장은 ‘보수의 이모’에 등극했다. 추미애 의원의 ‘보수의 어머니’ 다음 자리다. 과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싸우다 결국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조롱 섞인 별명이다. 최 위원장은 최근 “친국민의힘 편파 보도를 했다”며 MBC 보도본부장을 국감장에서 퇴장시키면서 미운털이 박혔다. 핵폭탄급 파문을 부른 것은 국감 기간인 지난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연 딸 결혼식이었다. 카드 결제 기능을 넣은 모바일 청첩장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피감 기관들의 화환과 축의금이 말썽을 빚자 엉뚱한 해명이 더 큰 역풍을 불렀다.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 26일에는 ‘100만 원’ ‘50만 원’ 등의 축의금 문자가 언론 카메라에 노출됐다. 28일에는 딸이 2024년 8월 14일에 결혼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게 들통났다. ‘수금용 결혼식’ 의혹을 불렀다.
진보 매체들조차 ‘견강부회·갑질·거짓말’을 꼬집으며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암세포에 세뇌당한 조절T세포들이 내 몸까지 공격하고 있다”며 “노무현의 깨시민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발끈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노무현 정치는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한다”며 “적어도, 엿장수 마음이 노무현 정신은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영 논리로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다 기름을 부은 것이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나는 사퇴 안 한다. 사퇴할 이유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게다가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축의금을 돌려준 용기가 대단하지 않으냐”며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며 옹호에 나섰다.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가 경위 파악 차원에서 전화 한 통 하는 선에서 그칠 분위기다. 정 대표도 빚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때 대다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박찬대 후보 쪽에 줄을 섰을 당시 최 위원장이 앞장서서 “개혁 적임자는 정청래”라며 총대를 멨다. 개딸들 문자 폭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진짜 믿는 구석은 따로 있다. 민주당 ‘상왕’이라는 김어준과의 공생 관계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말 그를 국회로 불러 온갖 계엄 음모론의 판을 깔아 주었다. 8월 5일 방송법 통과 때는 ‘딴지일보’ 게시판에 ‘방금 본회의에서 방송법이 의결됐다’는 글을 올려 첫 보고를 했다. 최근 곽상언 의원이 “유튜버가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을 때 반박에 나선 것도 최 위원장이었다. “1등에는 다 1등 하는 이유가 있다”며 “왜 김어준과 구독자 223만 명의 ‘집단지성’을 비난하느냐”고 저격했다.
외부에선 “동정 여론조차 없다”며 최 위원장 퇴진을 점치지만, 순진한 생각이다.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은 입조심이 한창이다. 김어준의 ‘어심’에 찍힐까 봐 눈치를 살피며 침묵한다. ‘돈 헤는 밤’ 풍자시까지 나돌지만, 누구도 최민희를 못 말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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