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방탄소년단 RM ‘라이프(Life)’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됐지.” 이 한마디가 집단토론으로 이어졌다. 입 가진 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면 금상첨화지.” 그리고 추가 주문에 들어간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말도 잘한다면 더 좋겠지.” 침묵하던 누군가 한 마디 덧붙인다. “그래도 인물이 빠지면 매력 없어” “아니 인물보다 행실이 중요하지 않은가.” 그러더니 주르르 실명들이 거론된다. 시간 많은 자들이 벌인 점입가경이다.
그날의 결론은 ‘결론을 내리지 말자’였다. 그냥 각자 좋아하는 가수를 계속 좋아하자. 좋아하는 가수가 바뀌었다고 자책하지 말자. 남이 좋아하는 가수를 비난하지 말자. 좋아하는 가수가 없다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모른다고 무시하지도 말자. 이러면 좋지 아니한가.
방탄소년단이 몇 명인지도 모르던(관심 없던) 아저씨가 어느 순간 (미디어의 공습으로 도저히 모르기가 힘든 상태에 이르자) 이런 말을 했다. “내 눈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그래도 한 명은 확실히 알겠더라.” 그 한 명이 RM(김남준)이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선한 영향력을 강조하던 이 친구(RM)가 이번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CEO 서밋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공연이 아니라 강연으로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한 거다. 유엔총회에서도 한 적이 있으니 말 다했다.
10분 남짓한 이번 연설 중에서 유독 국경이란 단어가 많이 나왔다. 무려 8차례나 언급했다. K-팝이 어떻게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부터 아미(팬덤)의 국경을 초월한 지지와 열정,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소통, 국경 없는 포용성, 국경의 한계가 없는 인간의 잠재력, 국경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 등등. 국보급 가수가 국경을 언급하니 불현듯 이 노래가 떠올랐다.
100년 전으로 (타임 슬립) 여행을 가자. 1925년 김동환이 쓴 ‘국경의 밤’은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 서사시(3부 72장 980행)인데 첫 구절부터 강렬하다.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배경은 두만강이고 계절은 겨울이다. 이번 RM의 영어연설에도 강이 등장한다. 그는 문화를 강에 비유했다. 그런데 단절의 강이 아니라 자유롭게 만나 조화를 이루는 융합의 강이다.
어느 자리에서 난이도가 상당한 질문을 받았다. “문화와 예술은 어떻게 다른가요.” 일찍이 생각해본 적 없지만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할 순 없어서 즉흥적으로 이렇게 답했다. (그즈음에 마침 ‘삶과 꿈’이라는 잡지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던 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문화가 삶이라면 예술은 꿈 아닐까요. 고단한 삶일지언정 가슴에 품은 꿈을 향해 나아간다면 인생도 언젠간 예술이 되겠죠.” 임기응변치곤 무난했던 것 같다.
RM이 작사한 노래 중에도 ‘라이프(Life)’가 있다. ‘세상은 한 장의 데칼코마니 내 편 같았던 놈이 더 악랄한 적으로 변하곤 하지 종이 접듯 관계를 접어버리면 끝나는 일 걘 순식간에 반대편에서 날 비웃고 있지.’
노래엔 국경이 없다. 노래는 순식간에 태평양도 건너는데 정작 인간의 마음엔 여전히 국경이 있다. 불과 몇m 앞에 두고 회의(會議) 아닌 회의(懷疑)로 국경을 쌓은 사람들(‘라이프’를 ‘라이플’로 착각한 사람들)에게 오늘은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주변이 시끌벅적하게 넘치는 듯하다가도 혼자여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와 Yeah that’s a life’(RM ‘Life’)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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