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권리당원 100% 룰’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내년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권리당원 전원이 참여하는 완전 경선 체제로 치러질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에서 옛날 방식으로 (후보를) 내리꽂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때 “완전 경선으로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친명(친이재명)계 인사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가 같은 날 “부산시당위원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유동철 공동상임대표가 컷오프돼 경선 탈락했다”며 “지난 3년간 쌓아온 당원 주권 정당의 가치가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억울한 컷오프를 없애겠다”는 약속을 정 대표가 어겼다는 것이다. 표면상 친명계가 정 대표를 직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친명계 일각에선 정 대표가 ‘부산에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을 흡수해 친명을 견제한다’는 분석까지 나돌았다. 지방선거를 당내 기반 확장의 계기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 대표는 2일 “당 대표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사실상 사과했다.

광주·전남 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시국회의는 얼마 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반 유권자의 참여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리당원이 주도한 선거 결과로 당선된 인물이 일반 유권자를 주인으로 섬길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이유다. “호남 유권자들은 수십 년 동안 주권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면서 “민주당 공천 후보에 대한 인준 투표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권리당원들만으로 후보를 뽑고, 일반 유권자는 그대로 선거 때 찍어주는 ‘묻지 마 투표’가 결국은 지역 유권자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논리다. ‘권리당원 100% 룰’의 역설이다. 투표율이 낮아지는 이유도 “민주당 공천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피로감 때문”이란다. 지난 지방선거 때 광주시의회 총 23명의 의원 중 민주당 소속이 22명이었다. 투표율은 전국 최저였다. 민주당 권리당원은 111만여 명(8월 기준). 각 시·도당의 조직 정비가 진행 중인데, 후보 경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지역 위원장 선거마다 ‘권리당원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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