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중지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을 증원하고(14→26명) 법원의 재판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하는(재판소원)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지난 10월 20일 발표했다. 그날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후, 이 법안은 다음날인 21일 소관위원회인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다.

헌재는 1997년 결정을 통해, 헌재가 특정 법령이 위헌이라고 이미 판단했는데도 법원이 그 법령을 적용해 재판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그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는 결정을 한 바 있으므로 재판소원 제도 자체는 완전히 낯선 제도가 아니다. 그러나 재판소원 제도를 모든 재판을 대상으로 전면 확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우리나라의 헌법재판 제도 전반과 3심 재판제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재판소원 제도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면 헌재가 심리해야 할 사건이 폭증하게 된다. 그동안 헌재에는 1년에 평균 2000∼3000건 정도의 사건이 접수됐는데, 재판소원이 전면 도입될 경우 헌재에 접수되는 재판소원이 1년에 1만 건이 넘을 수 있다. 헌재의 업무량이 4, 5배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헌재는 헌법상 위헌법률심판 외에도 탄핵, 정당해산, 권한쟁의 및 헌법소원에 대한 심판을 관장하고 있다.(제111조 제1항) 이 중에서도 위헌법률심판이 단연 중요한 기능이다. 국회가 다수결로 결정하고, 대통령이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단해 공포한 법률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은 정치적 기관인 국회와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헌재의 권한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재판소원이 전면적으로 인정되면 접수된 사건이 폭증해 헌재의 위헌법률심판 기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이며, 국회와 대통령을 견제하는 헌재의 일차적 기능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게 된다. 우리와 달리 헌재가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아 위헌법률심판도 함께하는 미국 연방대법원도 일반 소송 사건에 대한 상고심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연방 법률이나 주법(州法)이 연방헌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는 게 사실상 가장 중요한 권한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헌재의 위헌법률심판 기능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7년까지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이 인정되고, 이에 대해서 헌재가 일일이 심리했다. 그러나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최고의 헌법재판 기관인 헌재가 그 당·부당을 심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6월 1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모든 범죄에 대해 재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인정하려는 것은 2007년 국회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배제하기 위해 했던 노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독일의 예를 보면 인용률이 1% 정도에 불과한데도 굳이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민이 사실상 4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경제적 비용과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주권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다.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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