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2025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지난 1일 있었다. 한중 관계는 사드(THAAD) 배치 갈등 이후 촉발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후유증과 함께, 국내에서는 혐중(嫌中)·반중(反中) 정서가 대두되면서 난제가 쌓인 상황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실용외교’를 천명하면서 대중국 관계 복원 의지를 밝혀 왔고, 시 주석 역시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강화 등 양자 관계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 왔다. 이러한 상호 인식과 정상 간 첫 대면이었음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은 난제 해결 의지보다는 서로 입장을 교환하는 상견례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중국 측의 답변이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북한 ‘비핵화’ 문제를 의제로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중국은 다자무역 질서를 이끄는 자국 역할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대미 경사나 한미일 3각 공조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회담 후 한국은 ‘한중 관계의 완전한 복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에 이르는 END 구상을 설명했을 것이고,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원론적 언급을 했을 게 자명하다. 핵보유국임을 헌법에 명시했다면서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승절을 통해 어렵게 복원한 대북 영향력을 손상하지 않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제기한 서해 불법 구조물 및 불법 어업 활동 등 민감 사안은 상호 입장 청취에 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경제 교류 활성화 및 공급망 협력 지속, 그리고 민생 사안 관련 7개의 양해각서(MOU) 체결로 빈손을 면한 건 다행이다. 특히, 한한령 해제 요구와 관련해서는 시 주석의 방한이 상징적 물꼬를 튼 것이란 입장이다.

중국은 안미경중(安美經中) 포기 발언과, 2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출된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연료 공급 문제에 대한 한국의 진의 파악에 관심이 컸을 것이다. 안미경중 포기는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사안별로 접근하겠다는 이재명표 실용외교의 우회적 표현이다. 한국의 원잠 역시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이 아니라 원자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중국이 우려하는 핵확산 의무 준수와는 관계가 없다. 게다가 한국은 핵확산방지조약(NPT) 가입국이며 자주국방 강화를 위한 당위성도 있다. NPT 탈퇴는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받지 않는 불법 핵 개발국 북한에는 침묵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민감한 현안보다는 인적·민간 교류 활성화 수준의 상징적 합의가 초점이었으므로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중 갈등이나 북핵 위협이 돌출되면 한국은 계속 외교적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더 당당한 자세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위한 실무 액션 플랜 구축에 전략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