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첫 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공동발표문을 내진 않았지만, 핵심 사안에 대해 두루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 “실무협의를 통해 소통하자”고 했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해선 “유의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중국의 한화오션 자회사 제재 문제에 대해서도 “생산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솔직한 대화는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단 나쁘지 않았던 회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중 간 핵심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언급 회피는 우려스럽다. 시 주석은 “지역 평화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고만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은 회담에서 그동안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형식으로 북핵 용인을 시사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시 주석은 “서로의 핵심이익과 주요 관심사 배려”를 주장하며 “차이점 속에서 공통점을 찾고 협력을 추구하자”는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꺼냈다. 그런 중국을 향해 북핵 저지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입장만큼 중요한 대한민국의 핵심이익이자 가장 중요한 관심사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필요한 요구를 해야 한다. 남북대화든, 북중 협의든, 미북 담판이든 북한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음을 천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중 관계는 2008년부터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며, 20년 가까이 한미동맹과 충돌하지 않고 관리돼 왔다. 시 주석은 최근 북한 김정은과 “전략적 협조 강화”를 다짐했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거나, 북핵을 사실상 옹호한다면 한국도 핵 역량을 급속히 강화할 수밖에 없음을 중국이 깨닫게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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