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1일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한 연설은 한국은 물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인공지능(AI) 발전의 현 단계를 소개하고, 한국의 AI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AI 동맹’ 의지를 분명히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AI 3대 강국’ 공약이 실현될 토대도 더욱 다져졌다. 황 CEO는 최신 저전력·초고속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대량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 4만5000개뿐인 GPU의 6배 규모다. 실제로 “한국은 소프트웨어와 제조 역량을 두루 갖췄다”며 “AI 분야 리더가 될 가능성이 무한대”라고 전망했다.

K-산업은 오픈AI·테슬라 등에 이은 ‘AI 동맹’의 전방위 확대로 더 큰 날개를 달게 됐다. 엔비디아의 GPU 공급이 2030년 완료되면 한국은 30만 장을 확보해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가 된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생성형 AI의 기초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및 인프라 구축과 함께, AI 팩토리·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 도약의 기반이 된다. 삼성전자·SK·현대차·네이버 등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정부가 에너지 등 AI 산업의 인프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일이 더 시급해졌다. GPU 26만 장 가동에만 1기가와트(GW)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아마존의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에서 보듯, 한국이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되려면 막대한 에너지 공급은 필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율 확대를 공언하면서 ‘탈원전은 아니지만 원전을 확장하는 친(親)원전도 아니다’는, 이른바 감(減)원전 기조를 시사하고 있다. 고리 2호기 등 설계수명의 시한이 다한 원전을 재가동하고, 신규 대형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도 조기 건설해야 한다.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대대적 규제 개혁과 최우선 지원을 명시한 특별법 제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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