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

‘예술을 무엇이라…’ 출간

글·사진=박동미 기자

“예술의 상업화를 고민할 시간에 더 많은 ‘백남준’을 만들어야 한다고요? 기업 CEO가 ‘수출’ 전략을 짜는 거라면 몰라도, 예술대에서 교수와 학생이 나눌 대화는 아니지요.”

새 책 ‘예술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사람in)를 통해 이 시대 예술의 흐름과 힘의 실체를 진단한 심상용(사진)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은 이렇게 소신을 밝혔다. 최근 서울대미술관에서 만난 심 관장은 “돈과 욕망을 좇는 물질문화가 미술시장을 완전히 잠식해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과도한 예술 브랜딩, 브랜드화된 예술이란 전체주의와 다름없다”고 현대 미술과 그 시장을 꼬집었다. “미술도 효율과 성과를 숭상하게 됐죠. 그런 시대에 서울대에 미술관이 이렇게 살아남아 있는 것만도 때로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입니다.”

지난 2019년 부임해 올해로 6년째. 심 관장은 오는 12월로 관장직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미술대 수업까지 마치면 정년퇴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2∼3년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이후 바지런히 움직이며 20개가 넘는 기획전을 열었다. ‘대학 미술관’ 하면 학술적인 것을 추구하며, 보편·보수적 성향을 띠기 쉽다. 그러나 심 관장은 “규정이나 틀에 얽매이는 것은 미술관의 본질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사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동시에 시대의 예술을 논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사회적 발언과 미학적 탐구의 적절한 균형. 이는 전쟁과 폭력이 난무한 세계를 성찰한 ‘무기세’(2024)나, 실체가 모호한 한국적 추상을 구체화한 ‘도상 위의 추상’(2025) 등 그가 기획한 최근 몇 전시만 놓고 봐도 입증된다. 무엇보다 심 관장은 최근 몇 년간 국내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형 국제 아트페어(미술품 장터) ‘프리즈 서울’이 열린 지난 9월, 아트페어를 구동축으로 확장해 온 현대미술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해 미술계의 이목을 끌었다. 책 ‘예술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에서 그는 아트페어가 예술을 입시처럼 줄 세우고 있다면서 “아트페어엔 아트가 없다” “예술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등 도발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심 관장은 “가장 큰 문제는 미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변화만 좇을 뿐 비평적 관점이나 거리를 두고 관망하는 시도조차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엔 ‘위험한 낙관주의’가 있어요.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계속 앞으로 가라고, 앞으로만 가면 잘될 거라는 가설이죠.”

그렇다면, 예술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 책 제목을 그대로 심 관장에게 돌려줬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1909∼1943)의 말을 빌려 설명했다. “몇 시간이고 바라볼 수 있는 조각상과 그림. 아름다움은 우리가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어떤 것이다…. 무기수의 방에 걸어둘 수 있는, 그래도 끔찍하지 않은 그림.” 이어, 사회학자 자크 엘륄이 말한 “무기를 들지 않을 수 있는 힘”에 바로 예술의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의 힘은 예술이 아니라 아름다움이어야 합니다. ‘잘못된 봄’을 넘어 ‘제대로 봄’으로 나아가야죠. 그때 우리 영혼이 깨어나고, 진실에 다가서고, 아름다운 것의 정수에 가 닿을 겁니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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