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현의 미장 돋보기
3분기 실적시즌 기대 이상 성과
아마존·알파벳·애플 주가 상승
MS·메타플랫폼스는 하락 추세
투자 따른 향후실적 부담 영향
S&P500 투자지출 비율 75.5%
11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 기록
경쟁적 투자 ‘과잉 우려’ 키워
3분기 미국 증시는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0월 중에도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연중 최고 수준을 회복했고,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이를 뒷받침했다.
실제 미국의 3분기 실적 시즌은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S&P500 지수 3분기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기준)에 대한 시장 예상치는 실적 시즌 직전 7.1%였으나, 10월 한 달 동안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10월 말 기준 13.0%로 상향됐다. 11월 남은 실적 시즌을 거치며 이 수치는 10%대 중후반으로 높아져,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호조가 3분기에 그친 것은 아니며, 지난 한 달간 S&P500 지수 4분기 EPS 역시 상향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종목별로는 지난주 일제히 실적을 발표한 빅테크(Big Tech) 5개 기업의 결과가 주목받았다. 5개 기업 모두 분기 EPS가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알파벳(Alphabet)과 아마존(Amazon)이 시장 예상을 각각 27.0%, 23.4% 웃도는 호실적을 냈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플랫폼스(Meta Platforms), 애플(Apple)도 각각 13.2%, 9.7%, 6.4%의 높은 EPS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다음 분기 역시 시장 기대에 부합하거나 기대를 넘어서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하지만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은 엇갈렸다. 애플(2.7%), 알파벳(7.9%), 아마존(8.9%)은 지난 한 주간 견고한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플랫폼스 주가는 실적 호조에도 약세로 마감됐다. 특히 두 기업의 주가 하락은 지난달 29일 미국 시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계기로 같은 달 30∼31일 이틀 동안 집중됐다(각각 -4.4%, -13.7%).
메타플랫폼스 주가는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11.3% 급락하며 2022년 2월 3일(26% 급락) 이후 하루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8월 중순 2조 달러를 넘봤던 메타플랫폼스의 시가총액은 1조6345억 달러로 줄며, 브로드컴(Broadcom)에 6위 자리를 내주고 7위로 내려앉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플랫폼스의 부진은 공통된 원인이 작용했다. 실적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투자로 향후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지출을 크게 늘렸고, 향후 투자지출 역시 유지 또는 확대 의지를 표명했지만, 오픈AI 지분 투자에 대한 손실이 31억 달러 발생했다고 함께 발표하면서 공격적 AI 투자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메타플랫폼스 역시 2025년 투자지출 계획을 기존 660억∼720억 달러에서 700억∼720억 달러로 하단을 상향 조정했고, 2026년에는 더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AI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는 동사 역사상 최대 규모로, AI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투자지출 적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투자지출(CAPEX)이 자유현금흐름(FCF·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흐름에서 투자지출을 제외한 금액)과 비교해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투자지출이 현금창출능력 대비 얼마나 큰지를 의미한다. 2025년 상반기 S&P500 기업의 CAPEX/FCF 비율은 75.5%를 기록하며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3년 54.2%에서 1년 반 만에 21.3%나 상승했다. 이는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투자를 주도하는 몇몇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2024년부터 대규모 투자 집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비율이 2025년에 들어서며 7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AI 투자지출이 과열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P500 기업의 이익 성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2026년에는 성장률이 다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AI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단기간에 부작용을 낳을 만큼 과도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AI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특히 S&P500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의 CAPEX/FCF 비율이 2025년 상반기 100%를 넘어서며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과열되지 않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지다. 투자지출 계획이 계속 확대된다면, 시장은 ‘투자 확대 기대’보다 ‘과잉 투자 우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이익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핵심 변수다.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 선행 12개월 기준)이 23배를 넘어서며 고평가 부담은 커졌다. 주가 상승 기대는 여전하지만, 경쟁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과잉 우려’를 키우는 가운데,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 속 가격 민감도 확대에 따른 변동성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은행 WM그룹 주식전략전문가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3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