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대장동 판결의 정치讀法

 

대장동 1심 판결로 이재명 집권 신화 균열… 구조적 배임죄 부담 속 정권 정당성 논란

대통령 수호 위한 사법개혁·위인설법 홍수… 삼권분립과 권력의 내적통제 원리 지켜야

대장동 1심 판결은 구조적 배임죄 위에 탄생한 이재명 정부의 도덕성과 정당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대장동 개발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 주장했지만 법원이 “배임”이라고 판단한 만큼, 이번 판결은 이 정부의 집권 서사가 법정에서 균열되는 순간을 가리키고 있다. 집권 후 사법부를 심판해오던 권력은 이제 피심판자의 자리에 섰다.

◇법원이 묻는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는 대장동 판결을 통해 대통령을 간접심문 중이다.

하나, 대통령은 수뇌부인가 아닌가. 재판부는 “성남시장(이재명)은 유동규 등과 민간업자 간 유착을 모르는 상태로 보인다”면서도 “유동규는 배임 사건에서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내리는 데 조율하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수뇌부라면 당시 성남시장과 최측근인 정진상·김용밖에 더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둘, 대통령은 대장동 사업의 결재권자인가 아닌가. 피의자 남욱은 법정에서 “이재명 시장의 의사에 따라 모든 게 이뤄졌다”고 했고, 유동규는 “이재명의 성공을 위해 범죄에 가담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을 자신의 대표 브랜드로 삼았고, 인허가·협약·지침서 확정에 도장을 찍는 최종 결재권자였다.

셋, 대통령은 형법상 배임이 저질러지는 것을 몰랐나. 재판부는 “(대장동 범죄는) 피고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관계에 따라 서로 결탁하여 벌인 일련의 부패범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는 성남시 공무원들이 “정진상이 아는 것은 이재명이 다 아는 것”이라고 진술한 대목도 있다.

넷, 대장동 개발은 여전히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인가. 판결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 환수’라는 대통령의 항변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재판부는 성남시와 그 산하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공부문 몫을 스스로 포기해 투기집단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던 정치적 서사는 법정에서 해체 중이다.

정치의 언어로 ‘성공’이라 포장됐던 사업이 법의 언어로 ‘배임’이라고 규정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행정의 사익 포획’이라는 구조적 부패를 인정한 것이다. 그것은 이재명 체제의 서사, 즉 ‘정책으로 공공이익을 환수한 개혁가’라는 정당성의 신화가 법정에서 균열되기 시작한 것을 보여준다.

◇권력의 자기면죄

이 대통령은 민간업자들과 별도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지난 6·3대선 전후로 사법부에 고강도 압력을 넣어 재판은 중단됐지만 불씨는 살아 있다. 사법부가 영 미덥지 못한 여권은 대통령의 면소나 공소취소를 위한 법안들을 생산 중이다.

형법상 배임죄를 없애면 대장동 사건 관련은 모두 면소 처리가 돼 재판 자체가 사라진다. 대법관을 대폭 늘려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대통령에게 유리한 인적 구조를 만들려고도 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법을 고쳐 재판소원을 도입하고 현행 3심제를 사실상의 4심제로 바꾸려 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3일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 출범식을 열어 법원행정처 폐지 논의를 본격화했다. 나아가 ‘법왜곡죄’와 함께 ‘이재명 재판중지법’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예고했다. 이 중 재판중지법은 원래 6·3대선 직전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추진돼오다, 대선 후 민주당의 압력을 못 이긴 법원이 대통령의 5개 재판 진행을 중지하자 본회의 직전 추진을 중단했던 법안이다.

그런데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국감장에서 “(이재명 재판 재개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답변하고, 대장동 1심 법원이 피의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민주당 일각에서 재판중지법 재추진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민주당은 이름도 ‘국정안정법’으로 바꿔 당론으로 몰아붙이려다가, 3일 대통령실의 반대에 부닥쳐 추진을 중단했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을 위한 특례법, 권력자를 위한 과잉입법, 이재명 1인을 위한 위인설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집권세력이 사법을 통제하려는 시도, 법을 멈춤으로써 자신을 구원하려는 권력의 남용이다. 하지만 권력이 자신의 정당성을 법정에서 증명해야 하는 순간, 이미 정치의 절정기를 지나는 것이다.

◇내적통제의 원리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제임스 매디슨. 그가 건국 과정에서 가장 걱정한 것은 ‘통제 없는 권력의 위험성’이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삼권분립이고 권력의 분산 장치다. 매디슨이 1788년 2월 발표한 ‘연방주의자 논고’ 51편은 이 부분을 절절하게 담아냈다.

논고는 “인간이 천사라면 정부는 필요없다”라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된다. 인간이 천사가 아니고 천사가 인간을 통치하지 않는 한, 통치받는 자와 통치하는 자 모두를 제어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매디슨은 두 가지 통제장치를 제시한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부를 통제해야 한다는 외적통제, 그리고 정부 스스로 권력 집중을 막는 장치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내적통제.

더 어려운 과제는 내적통제다. 매디슨은 논고에서 내적통제의 원리를 이렇게 서술했다. “정부가 먼저 국민을 통치할 수 있게 하되, 다음으로는 그 자신을 통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 원리는 입법-행정-사법 간의 삼권분립과 함께 ‘권력의 자기통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헌정철학을 담아냈다. 즉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지키려면 통치 능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능력이 남용되지 않게 하려면 제도적 통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원리다. 매디슨은 통치자의 자기통제를 위한 헌정 설계의 중요성을 부르짖었다.

매디슨의 명제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대통령 권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역대 권력은 모두 자기통제를 하지 못해 레임덕을 맞거나 무너졌다. 집권세력이 이 대통령의 무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권력의 자기통제 기능 붕괴의 생생한 예시다. 법이 ‘권력의 자기절제’를 강제하도록 설계돼야 하는데, 현실 정치는 ‘권력의 자기면죄’를 위해 작동한다. 배임제 폐지, 대법관 증원, 4심제와 법왜곡죄 도입 등은 권력자가 헌정질서의 ‘예외상태’를 만들려는 시도이다.

◇대통령의 책임

통치자는 헌정적 예외상태를 만들거나 재판을 좌지우지해 스스로 구원할 수 없다. 자기통제와 책임의 복원만이 권력을 정상화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법원의 심문에 대해 정치적 변호가 아니라 헌정적 답변을 해야 한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내적통제’는 제임스 매디슨이 미국 건국 시절 고안한 권력의 통제방안. 행정부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스스로 통제를 강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 헌정철학의 기초가 됨.

‘예외상태’란 법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중간지대라는 뜻. 아감벤이 제안한 개념으로 법이 유효하면서 동시에 무효화되는 역설적 공간. 권력자나 주권자가 법질서를 새로 구성하려는 시도로 나타남.

■ 세줄 요약

법원이 묻는 것: 법원은 대장동 1심 판결을 통해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던 대장동 개발을 배임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을 간접 심문 중. 이번 판결은 구조적 배임죄 위에 탄생한 이재명 정부의 정당성 논란을 불러옴.

권력의 자기면죄: 집권 후 사법부를 심판해오던 권력은 이제 피심판자의 자리에 서게 됨. 대장동 판결로 이 정부의 집권 서사가 법정에서 균열되는 것. 집권세력은 대통령 1인을 위한 과잉입법과 위인설법을 추진 중.

내적통제의 원리: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 헌정 설계의 기본은 삼권분립과 함께 권력의 자기통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 통치자가 헌정적 예외상태를 만들거나 재판을 좌지우지함으로써 스스로 구원할 수 없어.

허민 전임기자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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