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관 ‘해운지몽’, 12×4×2m, 선캐처와 광섬유, 프로젝터, 2025.
송태관 ‘해운지몽’, 12×4×2m, 선캐처와 광섬유, 프로젝터, 2025.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과 건축가 김원이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제작한 비디오타워를 설계할 때 일이다. 브라운관(CRT) 모니터 수량 문제로 대화할 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한 데서 생긴 제목이 ‘다다익선’으로 알려져 있다. 개체들의 다중화만큼 힘(미)도 비례한다는 명제는 민주주의의 요체이기도 하다.

설치 작가 송태관은 이 명제를 실증하는 획기적인 작업에 나섰다. 최근 작가는 1만5000개가 넘는 자두만 한 선캐처를 천장 가득히 매단 연출로 지역과 공간을 해석하는 대작을 완성했다. 신축 해운대 센트럴호텔 로비 천장 연출을 수행한 ‘해운지몽’이 그것이다. 바깥 바다를 안으로 들이는 콘셉트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위 상서로운 무지갯빛의 구름을 꿈꾸다’라는 서사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고난도의 매달기 재료로 광섬유를 사용했으며, 가현운동의 효과를 위해 바림 조명이 결합되었다. 잔잔하고 우아하면서도 산뜻한 연출과 서사가 백미이다. 작은 개체가 많을수록 부드러움 또한 더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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