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논란이 있지만, 국방 분야에서만큼은 보수 대통령보다 훨씬 앞서갔다. 대표적인 것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건조사업. 노 전 대통령은 대양해군 건설과 남방항로 보호를 위해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자신의 열성 지지층인 친노(親盧)마저 등을 돌렸음에도 밀어붙였다. 지금 중국의 상황을 보면 혜안이 있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원자력 잠수함 건조도 이미 지난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비밀리에 추진했던 사업이다. 군사 대비태세를 북한에만 고정할 수 없다는 소신에 따라 당시 해군에 은밀하게 원잠 건조 지시를 내렸다. 이에 조영길 국방장관은 2003년 6월 2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당초 디젤 중형 잠수함을 도입하는계획을 변경, 원잠 건조 계획을 보고해 이를 승인받았다. 그래서 이 사업의 명칭을 원잠 건조 계획이 승인된 날짜를 따서 ‘362사업’이라고 했다.

‘비닉(秘匿·대외비)사업’인 원잠 사업은 문근식(대령) 해군 잠수함 나대용함 함장에게 맡겨졌다. 문 단장은 잠수함 장교로 선발된 뒤 독일에서 대한민국 최초 잠수함인 장보고함을 인수하는 등 32년의 군 경력 중 22년을 잠수함 분야에서 일한 최고의 전문가였다. 2007년부터 건조에 들어가 2012년 배치를 시작해 총 3척을 보유한다는 계획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ADD) 설계팀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이 합류해 원자력 발전기 설계까지 마쳤다. 일명 ‘진해팀’으로 불린 원자력 추진 기관 연구팀은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개발한 BANDI-60을 기반으로 원자로를 설계했다.

그러나 사업단이 출범한 지 불과 반년 만인 2004년 1월 한 언론이 이런 잠수함 건조 계획을 보도하면서 국방부가 부인하고 조직을 해체했다. 미국의 견제 등 후폭풍이 컸다.

당시 계획이 실행됐다면 우리는 이미 원잠 보유 국가가 돼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원잠 등 전략 무기 확보는 보수의 어젠다였지만, 노무현·이재명 대통령이 주도하는 모양이 됐다. 지금 시작해도 건조 완료에는 10년이 걸리는 만큼 언제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정권의 성향을 넘어 원잠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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