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정부의 법률·시행령 등에 대한 심사와 해석을 담당하는 법제처장의 정치 중립은 그런 의무 차원을 넘어 직무의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변호인 출신이자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조원철 법제처장이 국정감사에 이어 3일에도 “이 대통령 무죄”를 주장했다. 국감 땐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지만, 이번엔 유튜브 인터뷰에 출연해 “이 대통령은 대장동 일당을 한 번 만난 적도 없고, 한 푼 뇌물을 받은 적도 없는데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조 처장은 국감장에서 ‘이 대통령 재판 5건의 혐의 12가지 모두 무죄’‘대법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연임 개헌은) 국민이 결단할 문제’ 등의 말을 쏟아냈다. 대한민국 정부의 법제처장 아닌 ‘이재명 변호처장’이란 지적이 과해 보이지 않는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지난달 31일 대장동 사건 주범 5명에 대해 징역 4∼8년의 중형이 선고되고,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사실도 인정됐다. 판사 출신인 조 처장이 이런 상황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개인적 소신과 법제처장 입장이 분리돼야 한다는 사실도 알 것이다. 정치적 행태로도 의심 받는 이유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통령 비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경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이다. 법제처장이 대놓고 법원과 검찰을 비난하고 여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훨씬 심각한 일이다. 조 처장이 지휘하는 법제처의 적법성 유권해석이 신뢰를 받겠는가. 공직을 당장 내려놓고 이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 이런 인사를 방치하는 이 대통령 책임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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