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최혁진으로 시작해 최민희·김현지만 남겼다’는 국정감사 정국이 마무리됐다.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내달 2일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까지, 한 달 간의 예산 정국이 시작됐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 규모로, 올해보다 8.1%(54조7000억 원) 늘어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예산”이라며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현금 살포 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표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과 AI 예산 방어에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35조3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9.3% 늘어났다. 10조1000억 원의 AI 예산도 포함됐다. 24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1조1500억 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 2000억 원에 대해선 결사 방어할 태세다. 민주당 주장처럼 내년에도 1.6%의 저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재정 역할의 중요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다. 110조 원의 적자 국채가 발행되고, 국가채무는 1300조 원을 넘게 된다. 이자 갚는 데만 연간 34조 원이 들어간다. 대미 투자용으로 내년에만 정책 금융 패키지에 1조9000억 원을 투입해야 하고, 데이터센터 추가 건립 비용도 확보해야 한다. 더욱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예산 증액 요구가 빗발치고,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완화하려는 법안도 줄줄이 발의됐다.

세출이 세수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결국 미래 세대가 ‘빚잔치’를 해야 한다. 국가 신용등급 하락도 시간문제다. 올해 두 차례 추경을 통해 소비 쿠폰을 뿌렸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더 이상 소모성 지출을 반복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어느새 재정건전성과 재정준칙 같은 단어가 실종됐다. 그보다 먼저 밀실 협상과 ‘쪽지·카톡 예산’부터 사라져야 한다. 송곳 같은 심사로 비효율적 예산을 최대한 걸러내는 것이 국회의 존재 이유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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