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코인창…‘해킹’ 이더리움 유출에 비트코인 1억5000만원대서 흘러내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1억5000만원대로 급락했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강제청산,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자금이동, 미·중 관세전쟁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해킹으로 인한 1430억 원이 넘는 이더리움 유출 등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4일 오후 6시30분 전일대비(전일 종가기준) 3% 하락한 1억5380만원을 나타냈다. 비트코인 시세가 1억5000만원대로 떨어진 건 지난 9월27일(1억5789만5000원) 이후 한달여 만이다.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은 전일보다 약 4.3% 내린 1억5395만원까지 밀려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해외 가상자산 시황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10만4194.08달러까지 내렸다. 전일(24시간 전) 대비 2%대 하락한 수준이다.

주요 알트코인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3시50분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이더리움은 전일대비 5%대 하락한 3507.52달러, 엑스알피(XRP·옛 리플)는 5%대 내린 2.27달러, 솔라나는 9%대 떨어진 158.62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낸 데는 가상자산 파생상품 강제청산이 이뤄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가상자산 청산액은 총 12억4000만달러(약 1조7839억원)에 달한다.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트레이더들이 대규모 청산을 당한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지니어스법 통과 등 트럼프 효과로 코인시장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났으나 최근 들어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자금이 증시로 옮겨간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다음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었고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 등도 가상자산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인마켓캡 ‘공포와 탐욕’ 지수는 전날 36점에서 더 낮아진 27점으로 ‘공포’ 단계를 가리켰다. 지수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시장이 극도의 공포 상태인 점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이 과매도에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카이코의 애덤 맥카시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가상자산 시장은 10월에 진입할 때까지만 해도 금, 증시와 비슷하게 사상 최고가 부근에서 움직였다”며 “하지만 10월 중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더 이상 자금을 옮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0월 10일 일어난 급락은 가상자산 시장이 여전히 취약한 시장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줬다”며 “‘대장 코인’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조차 15~20분 만에 10% 이상 급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가상자산 프로토콜 ‘밸런서’가 해킹 공격을 받아 1억 달러 넘는 이더리움이 유출된 것도 영향을 줬다. 밸런서는 중앙 기관 없이 이용자를 직접 연결하는 ‘피어 투 피어’(Peer to peer) 방식으로 거래·대출·예치 등을 실행하는 ‘디파이(DeFi) 프로토콜’의 하나다.

보안회사 사이버스의 데디 래비드 CEO는 이번 해킹에 대해 “프로토콜 내의 접근 제어 메커니즘이 침해를 입어 공격자가 잔액을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킹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이더리움 선물은 일제히 하락하며 11월물 7.26%, 12월물 7.22% 각각 하락했다.

당분간 가상 자산이 변동성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승 신호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크립토온체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약 70억 달러 상당 스테이블코인이 바이낸스에 순유입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트코인 15억 달러와 이더리움 5억 달러가 순유출됐는데, 이는 전형적인 장기 상승 신호”라며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를 위해 자산을 개인 지갑으로 옮기고 있다. 이는 시장의 매도 압력을 줄여준다”고 분석했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