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저를 통제하고 저만의 시간을 인정해주지 않는 배우자와의 대화 방법이 있을까요? 결혼 18년 차에 맞벌이인데, 늘 남편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말이나 저녁 시간을 보내야 갈등이 없습니다. 본인 계획을 벗어나는 제 삶에 대해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본인과 같이 하지 않는 독서나 주 3회·총 6시간 정도의 운동, 친구 만나는 것도 늘 불만입니다. 육아 때문에 어차피 시간의 자유가 없을 때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중학생이 돼도 이러니 숨 막힙니다. 제가 집안일을 할 때 자신은 쉬고, 끝내고 쉬려고 하면 산책이나 운동을 함께하자고 합니다. 그럴 때 제가 쉬고 싶다고 하면 “넌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편이 집안일을 같이 하길 원하지도 않고 저만의 시간을 존중해주기를 바랍니다. 이런 경우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A : 우선 차분한 대화 먼저… 그래도 안되면 전문가 도움받아야
▶▶ 솔루션
원하는 바를 여러 번에 걸쳐 ‘나-전달법(I-message)’으로 말해야 합니다. 남편분은 ‘가족은 모든 것을 함께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과 아내의 삶이 자신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싶은 자율성과 경계에 대한 중요한 문제이므로 참고 사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민감한 주제는 감정폭발 직전보다는 두 분 모두 비교적 차분한 상태일 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부 상담에 자주 이용되는 비폭력 대화법에서는 감정을 말할 때 반드시 나-전달법을 추천합니다. “당신은 왜 내가 쉬는 꼴을 못 봐? 늘 당신 멋대로 나를 통제하네”(You-message)보다는 “집안일을 마치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내 방식으로 가족을 위해 애쓰며 사는데 가족을 소중히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나는 내 노력을 무시당하는 것 같아”라는 식으로 ‘내가 어떻다, 내 감정이 어떻다’까지만 말하는 것입니다.
아마 이런 패턴은 수년간 굳어졌을 텐데 혹시 남편의 가스라이팅과 억압하는 태도로 인해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잊지 않았는지요? 사회생활에서는 의사소통을 잘하는 사람도 특정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대화에서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핵심은 집안일 분담이 아니라 시간 존중입니다.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논점을 흐려서 설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한 번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한 번의 대화로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남편분이 저항하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려 할 때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시고 위와 같은 나-전달법과 요청을 일관되게 반복하셔야 합니다.
죄책감은 갖지 마세요. 맞벌이 부부로서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러한 대화 시도 자체가 거부당하거나, 대화 후에도 통제적인 행동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비난이 심해진다면, 이는 두 분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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