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노총, 정년연장 입법 촉구

 

“연공형 임금체계 개편 선행을”

퇴직후 선별적 재고용 등 제안

복합 위기를 겪고 있는 산업계는 연공형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률적 정년 연장이 시행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신규 투자·고용 위축과 저성장 위기를 부추길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미래 신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국가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기업의 투자·인재 육성 등이 위축될 경우 국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법정 정년 연장의 신중한 검토를 제안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경영계 건의 과제’를 국회에 전달했다. 경총은 법정 정년 연장 시 기업의 투자 위축과 세대 간 갈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이 우려된다며 고령자 재고용을 촉진할 별도 법률 제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국회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총이 최근 고령자 고용정책 관련 전문가 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법정 정년 연장 시 부정적 효과(복수응답) 1·2위에 ‘청년층 신규채용 감소’(62.5%), ‘기업 비용부담 증가’(43.8%)가 꼽혔다. 또 고령인력 활용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다양한 고용방식 활용을 위한 법제도 개선’(68.1%), ‘고용유연성 제고’(53.3%),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법제도 개선’(48.6%)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률적 정년 연장은 기업의 임금 등 직접노동비용은 물론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 부담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국내 기업은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어 법정 정년 연장에 따른 영향이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의 55.2%, 1000인 이상 사업장의 67.9%가 호봉급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속 30년 이상 장기근속 근로자의 임금(2020년 기준 697만1000원)이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임금(236만5000원)의 2.95배로, 일본(2.3배)·독일(1.8배)·프랑스(1.6배) 등 주요국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중기업계에서도 노란봉투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가뜩이나 경영 부담이 가중된 여건 속에서 정년 연장까지 이뤄질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대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중소기업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7.7%로, 대기업(9.2%)보다 두 배가량이나 된다. 정민호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일률적으로 정년 연장을 하면 준비가 안 된 중소기업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정년 폐지나 정년 연장, 재고용 등 현재의 계속 고용 제도를 기업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홍 기자, 장석범 기자
이근홍
장석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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