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시장 첫 무슬림 당선

 

빈민층·청년세대 압도적 지지

임대료 동결·버스요금 무료화

파격 복지·부자증세 초점 맞춰

 

약 70억달러 추정 예산이 문제

트럼프 재정압박 갈등 번질수도

34세 ‘비주류 돌풍’

34세 ‘비주류 돌풍’

미국 뉴욕시장 보궐선거일인 4일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브루클린에서 대형 공공·의료 노동조합인 1199SEIU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Z’ 표식 스티커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자 자본주의 수도인 미국 뉴욕 시장에 자칭 ‘민주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34)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뉴욕시가 사상 첫 무슬림 출신 사회주의 지도자를 맞이하게 됐다. 맘다니 당선자가 세운 좌파 포퓰리즘적 정책의 실제 이행 여부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개표 초반인 오후 9시 40분쯤 맘다니 후보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선거 종료 후 발표된 언론사 출구조사에서도 맘다니 후보가 51.5%의 득표율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후보(39.7%)를 앞서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커티스 슬리와 공화당 후보는 득표율이 8.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맘다니 후보가 당선되면서 향후 시선은, 전국적 인지도가 없는 3선의 뉴욕주 하원의원에서 뉴욕 시장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맘다니표 공약’ 이행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맘다니 당선자는△임대료 안정화 아파트 100만 채 임대료 동결 및 20만 채 추가 건설 △시(市) 소유 식료품점 설립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5주~5세 미만 아동 무료 보육 △최저임금 인상(시간당 16.5달러→30달러) △부자 증세(연간 소득 100만 달러 초과자 2%포인트 추가 과세) △최고 법인세율 인상(7.5%→11.5%) 등 복지 강화와 부자 증세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세웠다.

미 언론들은 맘다니 당선자가 금융시장의 중심인 뉴욕시의 주민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은 배경에는 이 같은 공약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뉴욕시는 미국에서도 높은 임대료와 심각한 빈부 격차로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뉴욕 시민 중 68%에 달하는 임차인 대부분이 주택 비용과 육아 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인구 구성에서 저소득층이 증가한 영향도 더해졌다. 이들의 계층 상승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자본주의 상징인 뉴욕에서 사회주의를 내세운 후보 당선이 가능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관건은 맘다니 당선자의 정책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정책 이행에 70억 달러(약 10조1400억 원)가 들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시의 1년 예산은 1160억 달러로 전국 도시 중 가장 큰 예산을 보유하고 있어 맘다니 당선자는 선거운동에서도 공약 이행이 가능하다고 역설해 왔다. 다만,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맘다니가 당선되면 최소 금액을 제외하고는 뉴욕시로 연방정부 예산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 압박을 경고한 바 있어 예산 집행을 둔 갈등이 뇌관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뉴욕시의 ‘맘다니 돌풍’이 내년 중간선거와 향후 대선에 미칠 영향을 주시 중이다. 맘다니 당선자가 우간다 이민자 출신으로 미국 대선 후보가 될 수 없지만 그의 선거운동과 정책이 향후 민주당의 선거 전략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