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고속도로’와 ‘김대중 대통령의 정보화 고속도로’를 언급하면서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성장과 도약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연설문 제목도 ‘AI 시대를 여는 첫 예산안’이었으며,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일 년 뒤처졌지만, AI 시대에는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도 했다.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선언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우선, 예산 문제다.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10조1000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라지만 728조 원 슈퍼예산의 1.4%에 불과하다. 올해 두 차례 집행된 13조 원의 소비쿠폰 예산이나 내년도 지역 화폐 등 사회연대경제 부문 예산 26조 원에 못 미친다. 이마저도 여러 사업으로 분산돼 한 프로젝트에 수십조 원을 집중투자하는 글로벌 경쟁국들을 따라잡기 어렵다. 더 근원적 문제는 노동정책인데, 정부 정책은 역주행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하루 하루가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 AI·반도체 분야 등의 첨단기업들이 요구하는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부터 수용해야 할 것이다. 집중과 속도가 생명인 연구개발 현장을 제조업식 노동법으로 묶어서는 성장도 혁신도 불가능하다. 기업이 업무 성격에 따라 노사 자율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AI 시대의 핵심인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 인프라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세계 주요국가들이 모두 원자력발전에 다시 사활을 거는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발목을 잡는 행태를 보인다.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전력 확보가 최대 관건이 됐다. 서울대가 시흥캠퍼스에 조성 중인 AI컴퓨팅센터가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AI 고속도로’는 신기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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