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며 거침없이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5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오후에 낙폭이 줄어 2.85%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이 여파로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445원까지 급등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와 인공지능(AI) 산업의 대규모 투자를 천명한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힘입어 계속 오를 것만 같던 국내 주식시장이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지난 4일에는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4% 올라서 1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동안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 수준을 유지하던 물가상승률이 2% 중반으로 올라선 것이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2.3% 뛰었고 외식 물가도 3% 올랐다. 이에 더해 KB국민은행이 집계한 10월 아파트 월세는 작년 동월보다 9.8% 올라서 월세 통계가 집계된 2016년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석유류 물가는 국제 유가가 내렸는데도 환율 인상의 여파로 4.5%나 올랐다. 주거비·식비·교통비 등 필수재 가격의 상승은 고스란히 서민의 살림살이를 힘들게 한다. 특히, 월세 거주 비중이 높고 소득이 낮은 청년세대와 취약계층에 가장 큰 부담이 된다.
야당에서는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난 7월부터 지급된 13조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소비쿠폰)을 지목하며 정부의 선심성 지원 정책을 꼬집었는데, 정부에서는 소비쿠폰이 연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음식점·마트·식료품에 쓰였기 때문에 물가 상승과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물가 상승의 모든 원인이 소비쿠폰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소비 진작 목적의 소비쿠폰이 총수요를 자극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거시경제학의 기본적인 상식이다. 야당의 비판을 정치적인 수사로만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도 경기 부양을 위해 이번 소비쿠폰과 유사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만큼 소비쿠폰과 물가의 관계 및 그 영향의 정도를 엄밀하게 평가해 봐야 한다.
월세를 비롯한 주거비의 급격한 상승은 이재명 정부의 규제 중심 부동산정책의 영향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시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10·15 대책으로 거래를 틀어막아 당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장의 전월세 공급량을 줄여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예측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한은이 지난 8월에 예상한 0.9%가 아니라 1% 이상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인 2%에는 한참 모자란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좋은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노란봉투법 세부지침 마련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는 코스피지수에 취해 장밋빛 전망으로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코스피 시장의 ‘검은 수요일’을 우리 경제에 전하는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시장을 존중하며 서민경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