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경제부 차장
한국을 비롯해 주요 대미(對美) 교역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미국발(發) 관세전쟁 국면이 서서히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맞대응할 카드로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타격하고 나서면서 한국은 또 다른 잠재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시기다.
사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이전부터 희토류 수출 통제 기조를 이어왔다. 가깝게는 지난 2023년에는 희토류 가공 기술 반출 금지 조치를 했고 지난해에는 이중용도 핵심광물인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의 대미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올 들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본격화하자 지난 4월 경(輕)희토류보다 더 희소한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7종의 중(重)희토류와 33개 세부 희토류 품목의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개최가 전망되면서 중국의 조치가 완화될지 기대감도 모였으나 오히려 중국은 지난달 9일 홀뮴, 에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 등 5종의 희토류를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하고 희토류 채굴·제련·정제·자성체(영구자석) 등 관련 기술·생산 설비까지 모두 수출 허가 대상에 포함하는 등의 강화된 조치를 내놨다.
미국은 보복 조치로 중국에 대한 관세를 100%로 인상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양국은 실무진 회의를 거쳐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간의 조치를 1년간 연기하기로 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언제든 ‘변심’이 일어날 수 있다는 듯, 이달 초 국방부와 상무부를 통해 희토류 제조·재활용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에 나섰다. 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수출 통제에 관해 “수십 년간 지속된 문제이고 한 번도 해결된 적이 없다”며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임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이에 희토류와 관련 품목을 자체 채굴·생산할 수 없는 한국 정부는 우선 희토류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공급망 재정비에 나섰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 실행 방안에 대한 타결이 나온 직후인 지난달 31일 정부가 제6차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열고 오는 2030년까지 희토류 등 10대 전략 핵심광물 재자원화율 20%를 확립하는 등의 희토류 공급망 대응 방안과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 등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관리 방안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결국,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처인 중국에서 희토류 생산량을 결정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수출 통제를 결정하는 상무부에 안정적 협력 채널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우선적 대비책으로 꼽힌다. 다만,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마찰이 재발하는 것은 한국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리스크(위험)인 만큼 한국도 자체 대비책을 보강하는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해외자원개발’이 이번 공급망안정화위에서 되풀이된 이유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