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고속도로’를 외치며 AI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내년 AI 대전환 예산의 75%(7조5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5일, 정부는 ‘절전이 발전(發電)’이라는 식의 결정을 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날 의결한 제7차 에너지 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에서 에너지 소비량을 2024년 2억1200만TOE(석유환산톤, 1TOE=원유 1t의 발열량)였던 최종 에너지 소비량을 2029년까지 2억1100만TOE로 낮추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 소비 감소 국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효율을 높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는 물론 반도체·자동차에서 연구개발까지 전 분야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런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다.

기후부의 기조는 현실과 너무 멀다. 7차 에너지 이용계획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용 에너지를 뜻하는 에너지원단위 기준으로 총 8.7%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소비를 절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 폭증은 이미 눈앞에 닥쳤다. 데이터센터만 해도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는 2030년까지 지금의 3∼4배 이상으로 늘 전망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도 2038년 전력 수요가 올해의 거의 4배로 급증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김성환 장관도 한 인터뷰에서 2050년까지 전기 총사용량이 지금의 2배로 늘 것이란 전망에 동의했다. 여기에 2030년까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 가동에도 막대한 추가 전력이 필요해, 대형 원전 3∼4기를 더 지어야 할 정도다. 이런 판에 절약을 강조하니 황당하다.

기후부는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 에너지 믹스와 감(感)원전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확대를 외면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계획에선 산업 분야의 에너지 감축량 할당 비중을 오히려 올렸다. SK·아마존웹서비스(AWS)가 국내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울산 미포산업단지에 건설 중인데, 기후부는 인근 발전소에서 전력을 조달할 수 있는 ‘분산 에너지 특구’ 선정에서 울산을 보류하는 황당한 결정도 했다. 기후부는 6일 ‘2035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공청회에서 새 감축 목표로 50∼53% 이상 60%까지로 설정한 2개 안을 제시했다. 어느 안이든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이 미래에 대응하기는커녕, 환경 극단주의에 갇혀 퇴행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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