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돼│김지완 글·김지형 그림│문학동네

대개 아동문학에서 판타지는 어린이의 결핍으로 불거진 소망이 충족되는 장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판타지가 결핍으로 상처받고 있는 어린이 캐릭터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족 해체를 겪거나, 엄마가(아빠는 아니고 늘 엄마가) 일에 바빠 늘 혼자 보내거나 돌봄이 필요해 멀리 외갓집에 가거나, 갑작스레 전학을 가서 낯선 환경에 떨어졌거나, 친구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성적을 올려야 하거나….

다양한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존재하며 아동문학이 이를 위무하는 일은 소중하다. 어린이의 슬픔을 가만히 매만져주는 문학은 지금의 어린이들과, 그들 미래의 시간에까지 오래오래 건네는 손이 될 테니까. 그럼에도 판타지가 이를 감동적으로 해내는 장면은 의외로 드물다. 어린이 캐릭터의 결핍은 작가의 진심과 달리 낯익고, 현실 너머 판타지에서 소망이 충족되는 과정은 거울의 대칭처럼 익숙하다.

표제작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는 어린이의 결핍과 소망을 되묻는다. 시한폭탄처럼 째깍째깍, 시간이 흘러가는데 3분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전자레인지 요정(!)의 재촉에 어린이는 되레 심드렁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논리에서지만 인기, 성적, 권력을 단번에 거부하는 어린이의 반론은 기존 판타지 동화를 제대로 돌아보게 만든다. 표제작 외 수록작 5편도 모두 판타지인데 모든 작품에서 감동이 발생하는 지점들을 놀라워하며 꼼꼼히 살펴보게 한다.

어린이 독자는 물론이고, 곧 마감될 신춘문예나 여러 공모전을 준비하며 판타지 동화를 쓰고 계실 분들과 모든 아동문학 작가와 빠짐없이 나누고 싶은 책이다. 어린이의 결핍과 소망을 우리,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고. 136쪽, 1만3500원.

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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